美 재정정책·FOMC 금리인상...발행사에 큰 부담
회사채 시장 양극화 여전...연말 갈수록 심해져
[뉴스핌=허정인 기자] 연초 회사채 시장이 호황을 누렸지만 이 흐름이 오래 지속되진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미국 트럼프 신정부가 재정정책 시행을 예고하면서 전세계 시장금리가 오르는 중이라 회사채 발행시장이 연초대비 저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초 회사채 시장은 근 2년만의 특수를 맛봤다. 올해 중 만기를 맞이하는 우량 기업들이 시기를 앞당겨 1월과 2월 사이에 대거 차환 발행에 나섰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트럼프 신정부의 경기부양 기대감, 미국 연방공개시장의원회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 등에 대비해 자금마련을 서둘렀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발행사들은 3조5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여기에 몰린 기관의 투자수요자금은 7조6600억원이다. 약 2.5배로 경쟁률로, 1월 투자수요자금 7조6600억원은 2015년 4월 8조44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덕분에 다수 발행사가 증액 발행에 나서는 등 '1월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회사채 시장은 꽤 분주했다.
다만, 이런 흐름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항공사 경영진과 만난 자리에서 “몇 주 안에 깜짝 놀랄만한 수준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재정정책 시행 가능성을 다시금 수면 위로 올렸다. 시장이 우려해오긴 했지만 예상보다 시행시기가 빠르다. 미국 발 금리인상이 가시화되는 순간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량사들은 연초에 자금을 마련했다고 보면 된다”면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 중 아직 차환발행을 하지 않은 기업들이 있긴 하지만, 지주회사 문제라든지 실적이 저조한 기업들이 주로 남아 있어 연초 분위기가 계속해서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8일 3000억원 규모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아차(AA+)는 8900억원의 유효수요를 확보했다. 전월 현대제철(AA0) 수요예측에서는 3000억원 모집에 1조4300억원이 몰리기도 했다. 반대로 이달 3일 진행된 대신F&I(A+)의 8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서는 전량 미달을 기록했다.
증권사 채권운용팀 부장은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싱글A만 돼도 (포트폴리오에) 담기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 “웬만큼 규모가 있는 운용사는 그 이상 (신용)등급을 추구하고, 그 이하는 대부분 리테일 용으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만기도래 회사채 중 남은 우량등급 회사는 SK하이닉스(AA-) 2000억원, LG전자(AA0) 1300억원 등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신정부의 재정정책 시행과 함께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발행사들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1월 효과에 더해 비교적 금리가 낮았기 때문에 시장이 활발해졌으나, 연말로 갈수록 분위기는 경직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