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의무·보험 적용 여부 따라 재판부마다 해석 달라
[뉴스핌=송주오 기자] 기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 간 약 1000억원 규모 소송 결과가 오는 17일 나온다.
지난 2014년 10월에 발각된 중견가전업체 모뉴엘의 금융사기 사건 관련 건이다. 모뉴엘은 해외 수입업체와 짜고 허위 수출입 자료로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을 받아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이에 관련 6개 은행은 무보를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낸 것.
현재까지 진행된 1심에서 수협은행은 패소했으나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승소했다. 이에 기업은행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것. 앞선 판결을 분석한 결과 재판부가 은행의 주의의무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라졌다.
8일 금융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주의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다는 주장을 관철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는 농협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승소를 이끌어낸 논리다. 지난해 12월 1심에서 승소한 농협은행과 KEB하나은행 측은 “수출서류에 대한 형식적인 심사를 한 주의의무만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은행 측 의견을 받아들여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재판부가 은행의 주의의무 이행 범위를 폭 넓게 인정할 경우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수협은행이 대표적이다. 수협은행은 주의의무 이행 부실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은행의 심사가 부실했다”며 “무역보증과 별개로 거액 대출을 진행하면서 현장실사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허위 수출에 대한 보험 적용 여부도 또 다른 핵심 사안이다. 은행 측은 “차후에 허위 계약이 밝혀지더라도 보험 적용 대상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무보 측은 “허위 계약은 보험 적용이 불가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판부가 어떤 주장을 수용하느냐에 따라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은행은 법률대리인 김앤장에 희망을 걸고 있다. 김앤장은 KEB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의 법률 대리인으로 승소를 이끌어냈다. 수협은행의 법률 대리인은 율촌이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재판부에 따라 주의의무, 보험 적용 여부 등을 달리 해석하고 있다”며 “이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앤장의 논리가 재판부에 통했던 만큼 승소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은행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이라 특별히 드릴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은행별 소송 가액은 기업은행 991억원, KEB하나은행 916억원, 농협은행 588억원, 국민은행 549억원, 산업은행 464억원, 수협은행 108억원이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