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들 "악재 이미 반영됐다"
[뉴스핌= 이홍규 기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국경 장벽 설치', '군대 파견'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멕시코 '때리기' 수사(Rhetoric)가 극에 달하고 있음에도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되레 강세를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작년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 멕시코를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 휘청하던 페소화 가치는 오히려 트럼프 취임 이후 최고 상승률을 자랑하는 통화가 됐고,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여세를 몰아 페소화가 올해 최고 통화자산이 될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지난 3일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페소화 가치는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이후 5% 넘게 상승하며 글로벌 통화 중에서도 두드러진 강세를 나타냈다.
취임 이후 멕시코 수입품에 대한 20% 국경세 부과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회담 결렬 등의 이슈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최근 3개월 달러/페소 환율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페소화가 악재에도 강세를 보이자, 전문가들은 "이미 모든 악재가 반영됐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시도때도 없이 반복되는 트럼프 '트윗팅(Tweeting)'에 피로감을 느낀 가운데, 신흥국 통화 가치를 재평가하기 시작했다는 기류가 근저에 깔렸다.
UBS의 전략가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경세 여파의 70%가 이미 페소화 가치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의 세바스티앙 갈리 외환 전략 담당 이사는 "유로/달러부터 달러/페소 환율까지 통화 변동성을 살펴보면 외환 시장은 새로운 대통령의 스타일에 익숙해지면서 두려움이 줄어들었다"며, "여전히 시장은 트럼프 트위터에 반응하지만, 확실히 달러/페소의 반응 정도는 약해졌다"고 말했다.
애쉬모어그룹의 얀 덴 리서치 책임자도 "시장은 트위터 (영향력의) 둔화를 가격에 반영해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페소화 가치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음을 확인한 전문가들은 이제 페소화의 추가 절상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페소화 가치를 크게 끌어 내렸던 NAFTA 전면 재협상 이슈가 최근 트럼프의 행보를 볼 때 종전보다 다소 온건하게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 몫하고 있다.
도이치자산운용과 핌코는 "단기적으로 페소화 가치가 저점을 형성했다"고 평가하는가 하면, 슈로더 자산운용은 멕시코 자산에 '비중확대'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슈로더의 짐 배리뉴 신흥시장 채권 및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작년 말 전면적인 매도에서 비중 확대 포지션으로 이동했다"며 "페소화의 실질환율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매우, 매우 저렴하다. 채권 수익률도 다른 고수익 신흥국과 비교했을 때도 경쟁력이 있다"고 조언했다.
모간스탠리는 트럼프가 반복해서 NAFTA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협상을 대체하거나 재협상을 위해 대화에 속도를 내고 싶다고 말한 점에 주목하면서, "투자자들은 트럼가 NAFTA를 일방적으로 철회하거나 전면적으로 대화를 거부하지 않았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펀드 매니저들은 페소화 가치가 멕시코 경제에 비해 크게 저평가돼 있다는 점에 동의했지만 일부는 추가적인 트럼프 발(發) 돌발 변수에 경계하는 모습이다.
페소화 표시 채권에 비중확대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누버그버먼의 고르키 우르키에타 신흥 시장 채권 부문 공동 책임자는 "우리가 페소화가 저평가됐다고 생각한만큼 페소화는 지속적인 회복 전까지 추가적으로 절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기별 유로/달러 환율 1개월 내재 변동성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