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측, 증인채택 불발되자 탄핵심판 '공정성' 강하게 비판
권성동 “무용한 증거조사로 신속한 재판 이념 손상 안돼”
'불복 시비' 고려한 헌재, 朴증인신청 수용시 3월초 결론 힘들 듯
[뉴스핌=김규희 기자] 헌법재판소가 또다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추가 신청한 증인채택을 고심하면서 탄핵 결론이 늦어지고 있다. 대리인단이 스스로를 ‘무딘 부엌칼’이라 부르며 탄핵심판의 공정성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헌재가 ‘불복’ 시비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한 발 물러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탄핵심판 제10차 변론기일인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퇴임으로 한자리가 공석인 채 8인 헌법재판관 체제로 공개변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1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재판부는 사실인정에서 진검승부를 바란다고 했지만 청구인 측에겐 예리한 일본도를 주고, 우린 둔한 부엌칼을 주고 승부하라는 꼴”이라며 “짧은 기간에 약 5만페이지 수사기록과 20명 정도의 증인신문을 통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진정한 사법기관, 법치국가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향후 대리인단 총사퇴 가능성도 숨기지 않으며 헌재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앞서 대통령 대리인단이 23일 8차 변론기일에서 39명의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대부분 거절해 헌재를 향한 공정성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를 ‘여론전’이라 분석했다. 그는 “재판부가 신청한 증인 중 극히 일부만을 받아들이자 장외에서 여론몰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통상적으로 심리가 진행되면서 사실관계가 어느정도 파악되면 결론이 나온다. 이번 탄핵심판도 비슷한 양상인데 재판부가 피청구인 측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판정 불복’ 시비를 없애기 위해 (대통령 측의 주장을) 최대한 들어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10차에 걸친 변론기일 동안 채택된 증인 중 청구인 측이 신청한 증인은 7명이지만 피청구인 측 증인은 17명이다.
여기에는 박 대통령이 오히려 불리하다고 평가받는 유민봉·모철민 전 수석까지 포함돼 있다. 또 박 대통령 측이 추가로 신청한 증인 15명 중에는 이미 신문을 가졌던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도 들어가 있다. 아울러 재판부가 한차례 기각한 바 있는 기업인들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탄핵소추위원 측은 대통령의 ‘시간 끌기’를 강하게 비판하며 재판부가 조속히 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은 “탄핵심판이 장기화되면서 국론이 분열되고 급기야 귀중한 생명까지 버리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정치 생활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서는 탄핵심판이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되고 신속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무용(無用)한 증거조사로 인해 신속한 재판의 이념이 손상돼서는 결코 안 된다”며 재판부가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재판지휘를 요청했다.
탄핵심판은 현재 14일까지 변론이 예정돼 있다. 통상 변론 종결 후 최소 2~3주간의 검토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3월 초 결론의 한계선에 임박한 시점이다. 헌재가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증인신청을 어디까지 받아들이냐에 따라 결론의 시기가 드러나게 된다.
장외서 목소리를 높이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양 측에 탄핵심판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