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BYE展' 작품, 여성 혐오 메시지 일으켜
'쿨' 하게 사과하는 자세가 새로운 정치
조세훈 정경부 기자 |
[뉴스핌=조세훈 기자] "투치 바퀴벌레를 말살하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호텔 르완다'에서 후투족은 투치족을 학살한다. 시작은 증오에 찬 언어였다. 언어가 감정을 자극하고 부추겨 대규모 학살로 나아갔다. 사망자 100만 명을 낸 대량학살(Genocide)의 시작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증오적 언어일 지도 모른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논란을 보며 이 영화를 떠올렸다. 표 의원은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는 작가들과 ‘곧, BYE展’을 주최했다. 그 작품 중에는 프랑스 화가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의 벌거벗은 매춘부 얼굴을 박 대통령으로 바꾼 작품이 있었다. 풍자의 측면에서 웃고 넘길 수도 있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대통령은 공인이기에, 최순실 게이트의 주인공이기에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들의 말처럼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여성 혐오'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건전한 비판이 아닌 성적 모욕을 주는 방식은 여야, 보수와 진보를 떠나 비판받아 마땅하다. 오히려 건전한 공론화를 방해하고 있다. 급기야 박사모의 한 회원은 “표창원 네 마누라도 벗겨주마”라며 박 대통령 얼굴에 표 의원 부인의 얼굴을 박사모 공식 카페에 게재했다.
표 의원은 "저를 대상으로 한 조롱과 풍자 예술 작품에 반대할 의사가 없다"면서도 "제 가족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타당한 말이다. 그러나 극단적인 혐오의 메시지는 공인을 넘어 대중으로 확산된다. 전파력이 크고 파괴력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도 때론 실수할 수도, 세밀하게 살피지 못해 비판받아 마땅한 잘못을 한다. 이때 잘못을 '쿨'하게 인정하는 게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잘못한 게 맞다. 반성한다. 앞으로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면 된다.
하지만 표 의원은 자신을 향한 정치권과 국민의 비판을 정치적 공세로 해석하려 하고 있다. "전시회 개최를 도와줬을 뿐 (그 작품을)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다"는 변명은 군색할 뿐이다.
국내 최정상급 프로파일러 출신인 그는 여의도 국회에 갓 입성했을 때만 해도 치밀하고 세련된 화법과 논리로 인기를 누렸다. 어눌한 듯한 말투에 정교한 논리를 펼치는 모습은 묘한 대조를 이루며 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변명과 침묵으로 미꾸라지처럼 넘어가려 하지만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 이 상황에서 그가 보이는 모습이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과 다를 게 무엇인가. 그러니 지금이라도 '쿨'해야 한다. 그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일 것이다. 스스로를 '프로파일링' 할 때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