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설립 이틀전, 청와대와 통화에서
"300억 적으니 500억으로 올려라"
"경제수석 뒤에 대통령 있어 그들의 뜻 제대로 수행 못할까 불안감"
[뉴스핌=황유미 김범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미르재단 출연 규모를 늘리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10시10분부터 '최순실·안종범 등의 직권남용 등에 대한 4회 공판을 진행 중이다.
이날 공판엔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증인으로 참석해 검찰의 증인신문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미르재단 출연금이 당초 예정됐던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증액된 경위를 캐물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검찰 측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해 11월 14일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이 부회장이 문화재단 규모가 더 크면 좋겠다고 제안한 것이지 청와대의 제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는데 이게 맞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당시 제가 토요일(2015년 10월 25일) 오후 (청와대 관계자의) 전화 받을 때 'VIP께 보고드렸더니, 300억원이 작다. 500억원으로 올려야겠다라고 했다'고 해서 그대로 따랐다"고 답변했다. VIP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칭한다.
이 부회장은 "내일 모레(2015년 10월 27일) 재단이 출범하는데 그 짧은 시간에 증액은 어렵다"라며 "토요일 오후라 다들 퇴근하고 없는데 내가 뭐라고 해야하나 난감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또 안 전 수석을 '매우 어려운 존재'라고 지칭했다.
그는 "경제수석이라는 자리가 인허가, 금융지원 세무조사 등 경제계의 모든 현안을 다룬다"며 "당시 제가 듣기론 경제수석과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도 경제수석과 사이가 틀어져서 대우가 망한 단초가 됐다고 알고 있어서 경제수석 자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수석이라는 자리가 혼자는 아니고, VIP의 뜻이 있다"며 "당시 전경련 입장에선 그런 뜻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 불안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부회장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지난 2015년 10월부터 대기업 출연 작업 등 미르재단 설립을 총괄한 인물이다.
검찰은 대기업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안 전 수석 등의 강요에 의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