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그린라이트’…BAML은 ‘조정론’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지난해 인상적인 반등세를 연출했던 금속 시장에 대해 연초 주요 투자은행들이 엇갈린 전망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작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같은 서프라이즈나 중국 경기 둔화 가능성 등 여러 불확실성이 금속 시장 펀더멘털을 흔들었지만 시장은 아랑곳 않고 오름세를 탔다.
산업용 금속 부문은 2016년 한 해 동안 18.9%가 올랐다. 아연은 지난 한 해 60% 넘게 오르며 최대 상승폭을 보였고 주석과 니켈, 알루미늄, 납 등이 모두 두 자릿수의 오름폭을 기록했다.
지난 16일 중국 선전지수가 장중 6% 넘게 폭락하는 와중에도 금속 선물 가격이 폭등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 철광석 선물 가격과 점결탄 선물은 각각 7.2%가 치솟았고 유연탄 선물은 5.6%가 뛰었다.
이처럼 거침없는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금속 시장이 앞으로도 선전할 것인지를 두고서는 주요 IB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골드만 “추가 상승여지”
골드만삭스는 랠리 수명이 아직은 다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금속 집약형 경젱인 중국에 제공된 신용 규모를 측정하는 골드만삭스의 '차이나 메탈 크레딧 웨이브(MCW)' 추적지표는 지난 12월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GS MCW 추적 지표 <자료=골드만삭스? |
해당 지표는 중국의 향후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와 고정투자 수준, 금속 가격 등을 가늠하는 데 활용되는 지표로, 이 수치가 최고치를 찍은 만큼 앞으로 금속 시장에는 유리한 여건이 형성될 것이란 판단이다.
같은 날 인도 경제지 비즈니스스탠다드(BS)도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인프라 개발 노력 덕분에 기초금속 시장이 탄탄한 수요 성장세를 바탕으로 올해 상승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가파른 광산 폐쇄 속도를 감안하면 올해 금속 가격 상승폭은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중국 철강 수요는 올해도 위축될 것으로 보이지만 인도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지역, 유럽연합(EU) 등 주요 지역에서는 더디지만 꾸준한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중국과 미국의 수요 증가로 올해 구리 시장 공급 부족분이 17만7000톤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BS는 금속 가격 랠리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지만 과거 낙폭을 감안하면 아직 추가 상승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세계은행 추산 기초금속지수 <출처=세계은행> |
◆ BAML “랠리 꺾인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는 골드만과는 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최근 몇 달 동안 중국이 주도한 상품 가격 급등세가 올해는 생산 증가로 인해 모멘텀이 꺾일 것이란 주장이다.
BAML 이코노미스트들은 작년 중반부터 점결탄과 유연탄 선물 가격이 빠르게 치솟은 것은 중국의 과도한 유동성이 상품시장으로 유입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 헬렌 챠오는 “지난해 상품 가격의 뚜렷한 상승 흐름은 주로 공급 측면에서의 생산 감소에 따른 것”이라며 올해는 상황이 역전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올해 금속시장 흐름은 아마도 작년 초 철강 가격 흐름을 따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강 가격은 작년 봄 가파르게 뛰었고 이후 생산이 늘면서 다시 가격을 짓눌렀는데 올해 나머지 금속 시장이 이 패턴을 따를 것이란 주장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인프라와 부동산 투자 모멘텀이 더뎌지고 자동차 구매 지원 축소로 원자재 매수세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BAML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에서 상품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이 전반적인 가격 안정을 꾀한다는 측면에서 공급 확대를 어느 정도는 용인할 것으로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