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앞두고 日 경영일정 지연…한ㆍ일 원톱 계획 '차질'
[뉴스핌=함지현 기자]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특검에 소환된 가운데 다음 타자로 지목되고 있는 롯데의 경영차질이 다방면에서 우려되고 있다. 특히, 한-일 롯데를 아우르는 '원톱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던 신동빈 회장의 계획이 틀어지는 모양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12일 박영수 특검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시작으로 기업인 소환을 본격화 했다. 특검팀이 주목하고 있는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 유통가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소환 시기가 관심을 모은다.
일정을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사면과 엮이면서 비교적 의혹이 크다고 평가되는 SK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 뒤 신 회장을 부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신 회장은 특검을 앞두고 출국금지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발이 묶이면서 통상적으로 진행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나 일본 주요 투자자와의 만남 등이 모두 지연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이사회는 보통 7월경 열리지만 경영상 주요 이슈가 있을 경우 언제든 임시 이사회가 열릴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일본 롯데홀딩스에 악재가 발생해 급히 이사회를 열더라도 총수인 신 회장은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같은 이유로 주주총회 참석도 불가능하다.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이른바 '무한 주총'을 통해 신 회장을 흔들겠다는 전략을 공언한 바 있다. 만약 신 전 부회장이 이 기회를 틈타 경영권을 되찾겠다며 주총을 열기라도 한다면 국내에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일본에서 이뤄지는 이같은 활동이 한국 롯데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상 일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는 자사와 관련한 안건을 논의하겠지만, 사실상 한국롯데의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의 최대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연관성이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참석이나 일본 투자자와의 만남 등은 연 중 일본을 방문하게 되면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활동이긴 하다. 하지만 연말·연초의 경우 새로운 한 해의 경영 전략이나 투자 계획 등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일본 활동 뿐만이 아니다.
신 회장은 이미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통상 연말에 진행해왔던 롯데그룹 정기임원 인사도 올초로 미뤘으며 제대로된 투자 계획도 세우지 못한 바 있다.
특히 특검이 면세점 인허가와 관련한 대가성 여부를 어떻게 결론 내리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사업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신 회장이 구속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검 수사 결과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경유착 의혹 등을 이유로 법원에 제기한 면세점사업자 선정 취소 가처분 신청에 영향을 미쳐 월드타워점의 영업권이 박탈되는 시나리오도 희박하나마 제기되는 상황이다. 월드타워점은 신 회장이 구상 중인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언제 특검의 수사를 받을지는 알 수 없다"며 "다만 수사를 앞두고 있어 새로운 1년의 계획을 짜는 데 안좋은 영향을 받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