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선 에코시안 리서치센터장 “조기감축 인정으로 시장 기조 변화”
[뉴스핌=방글 기자] “올해 처음으로 탄소배출량 검‧인증 과정을 거쳤다. 거래제 도입 첫 해인 지난해는 정부 할당량이 600만t 많아 적정하게 배분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내년에는 경기침체와 조기감축 인정 등으로 공급우위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김태선 에코시안 탄소배출권 리서치센터장이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방글 기자> |
지난해 시작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올해 첫 평가 과정을 거쳤다. 18개월 주기로 돌아가는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은 올해 1~6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 받은 522개 기업에 대한 탄소배출량 검‧인증 과정 마쳤다. 또 올해 1월부터는 46개 늘어난 568개 기업에 대한 새로운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을 열었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유화학기업과 철강기업이 대부분이다.
지난 26일, 시행 2년이 지난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김태선 에코시안 상무를 찾았다. 에코시안은 국내 환경 컨설팅 업계 1위 기업으로 김태선 상무는 에코시안에서 탄소배출권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다.
김 센터장은 “올해 탄소배출권 시장은 제도 시행 첫해인 지난해와 사뭇 다른 결과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기업들이 배출권 확보를 통한 제도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와 내년에는 공급 우위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경기침체로 공장 가동률이 감소하면서 탄소배출권이 과다 할당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4139만t에 대해 조기감축을 인정해주면서 수요우위의 시장 기조가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정부의 할당량과 인증량은 각각 5억4900만t, 5억4300만t을 기록했다. 522개 업체 중 56%에 해당되는 292개 업체가 1700만t의 잉여를 보였고, 나머지 230개업체(44%)는 1100만t이 부족했다.
김 센터장은 “첫 시행인 만큼 개별 업체들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있었지만 경기침체로 인한 공장가동률 저조 효과도 한 몫 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배출권 가격 하향 안정세 예상”
김 센터장은 내년에는 공장가동률 감소, 조기감축량 인정 등의 영향으로 배출권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금융시장과 비슷하다. 배출권 가격은 주식시장과 같이 거래량이나 상황에 따라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온실가스를 많이 감축해 배출권이 남은 기업은 저축을 할 수 있고, 모자란 기업은 내년 할당량에서 차입해올 수도 있다.
BAU(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30% 감축 목표 달성 시나리오. <표=기획재정부> |
탄소배출권 사업,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급부상
탄소배출권 할당기업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도 거래시장에 나올 수 있다. 외부감축사업자에 포함돼 온실가스 배출량이 할당보다 많은 기업에 배출권을 파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사는 기업은 싸게, 파는 기업은 비싸게 팔기 위한 눈치싸움이 시작된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실적 성장에 이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화학업체인 휴켐스는 지난해부터 배출권 판매 시장이 뛰어들었다. 휴켐스는 지난해 4월, 20만t의 배출권을 처분해 21억원의 수익을 냈다고 공시했다. 이후 추가로 74만t을 매각, 지난해에만 총 94만t의 탄소매출권을 판매했다.
올해도 200만t이 넘는 탄소배출권을 처분했다. 올해는 가격이 올라 수익성도 증가했다. 휴켐스는 최근 배출권 50만t을 팔아 90억원의 수익을 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지난해 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증권업계에서도 휴켐스의 실적 개선 포인트로 탄소배출권 사업을 꼽고 있다.
김 센터장은 탄소배출권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2020년부터는 탄소배출권 시장이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선제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나중에는 산업 뿐 아니라 빌딩이나 가정으로까지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탄소거래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내년 탄소배출권 거래제 출범을 준비 중인 중국만 해도 예상 거래 규모가 최대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이 되면 15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김 센터장은 “탄소배출권 시장을 돈이 되는 시장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며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국제적인 참여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방글 기자 (bsmil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