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잘 봐서 2호선 타자' 재치있는 응원 문구
70명 한꺼번에 경례...'박력' 응원도
[뉴스핌=황유미 기자] “수능대박 파이팅” 오전 7시. 서울특별시교육청 제18시험지구 제11시험장인 서초고등학교 교문 앞에서는 20여명의 학생들이 선배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수능 보는 선배들을 응원 나온 대진 디자인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찍은 건 다 맞으십쇼’, ‘수능 잘 봐서 2호선 타자’ 등 재치있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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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개포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수험생 선배를 응원하기 위해 중동고등학교 1학년생 70여명이 안무를 맞추고 있다. <사진=성상우 수습기자> |
17일 진행되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직전, 각 시험장 교문은 등교하는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한 후배들과 부모, 교사들의 응원열기로 가득 찼다.
개포고등학교 교문 앞에서는 쌀쌀한 날씨에 와이셔츠만 입은 중동고등학교 1, 2학년 학생 70여명이 수험생 선배가 교문으로 입장할 때마다 “선배 오십니다”라고 소리 친 뒤 경례 자세로 선배에게 힘을 북돋아줬다. 선배를 둘러싸고 응원 안무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중동고등학교 학생들은 박력 있는 응원으로 학부모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중동고등학교 2학년 학생회 문화부 부장 임승준(18)군은 “오늘 퍼포먼스는 1학년 위주로 3주를 준비했다”며 “선배님들 수능 꼭 대박 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교훈이라는 '정직'을 큰소리로 외쳤다.
용산고등학교 응원단은 수험생 선배에게 큰 소리로 “용산”이란 경례로 목청 높여 응원했고 중앙고등학교 학생들은 단체로 야구점퍼를 입고 와 선배들을 뿌듯하게 하기도 했다. 한우 탈을 쓰고 ‘1등급’ 명패를 목에 걸어 선배들을 웃음 짓게 한 후배들도 있었다.
김수원(18·성동고2)군은 “학생회에서 선배들 응원하러 나왔다”며 “용산고에서 70명 나온다고 해서 우리도 응원구호 만들어서 준비했다”고 밝혔다.
시끌벅적한 응원 구호 대신 초콜릿이나 사탕 등 간식거리로 조용히 수험생에게 마음을 전하는 후배들도 있었다.
권묘선(18·양재고2)양은 “선배들 드리려고 초콜릿 포장해서 동기들과 같이 나왔다”며 “긴장하지 말고 지금까지 공부한 것 다 잘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친구를 응원하기도 했다. 재수하는 친구를 위해 나온 강모(20)씨는 “공부하느라 같이 많이 놀지 못했는데 얼른 대학가서 같이 술도 마시고 신나게 놀았으면 한다”며 “부담 없이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수험생을 응원하는 건 후배들만이 아니었다. 수험생을 들여보낸 부모들과 교사도 교문이 닫힐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조혜림 배화여자고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떨지 말고 잘 봤으면 좋겠다”며 “취재진이 교문에 너무 많아 아이들이 더 긴장될까봐 걱정이다”라며 초조한 마음을 드러냈다.
수험생 딸을 들여보내고 교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이호림(남·49·서울 강남구)씨는 “1년간 너무 고생 많이 했는데 다 맞았으면 좋겠다”며 “끝나고 나오면 꼭 안아주고 싶다”고 울먹였다.
권경희(여·54)씨는 “아들을 들여보내고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며 “준비한 것만큼 실력을 다 발휘했으면 좋겠고 아들이 이제 다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권씨는 인터뷰 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한동안 고사장을 바라봤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수험생을 위해 학교를 찾았다. 여의도고등학교 교문 앞에서 조 교육감은 “오늘이 가장 긴장되는 순간일 것 같지만 긴장하지 말고 그 동안 준비한 것들 모두 발휘할 수 있기 바란다”며 학생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전 8시 10분 교문이 닫히자 후배들은 시험을 치는 선배들을 향해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경복고등학교 학생 20여명은 교문을 향해 교가를 제창하고 박수친 후 교문 방향으로 절을 했고, 중동고등학교 1학년생 70여명도 선배들을 위해 차가운 바닥에 머리를 숙였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