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제품 위협하는 성능에 가격 메리트끼지 갖춰 '매력적'
[뉴스핌=황세준 기자] #IT기업에 종사하는 40대 남성 이모씨는 평소 얼리어답터를 자처하며 삼성전자, 애플 등의 프리미엄폰이 아니면 처다보지도 않기로 유명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산폰 전도사'를 자청하며 다닌다.
이씨는 최근 샤오미 '홍미프로'를 들고 다닌다. 직전 스마트폰은 갤럭시 노트7이었으나 단종되면서 눈물을 머금고 환불했다. 그는 "노트7 환불 이후 마땅한 폰이 없어 임시로 사용하자고 골랐던 중국산폰의 성능에 반해버렸다"며 "기계값이 엄청 저렴한데다 통신사 약정에 묶일 필요도 없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는 지난 11일 중국 광군제 행사 기간 중 해외 직구를 이용해 중국산폰을 하나 더 구매했다. 주변 지인들에게도 중국산 폰 좋다며 적극 카카오톡을 날리고 있다.
화웨이 메이트9 [사진=바이두(百度)] |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스마트폰은 그동안 중저가 저사양 제품만 국내 공식 수입됐으나 최근 성능이 높아지면서 이싸와 같이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단종 이후 마음에 드는 프리미엄 폰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소비자들, 통신사 약정에 묶이고 싶지 않는 소비자들은 중국산폰이라는 신세계로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다.
회원수 28만여명인 네이버 카페 '샤오미 스토리', 국내 최대 스마트폰 커뮤니티인 '뽐뿌' 등에는 중국산 스마트폰 구매정보를 얻으려는 질문과 답변이 활발하게 올라온다. 이씨가 중국 스마트폰의 스펙을 알게 된 것도 커뮤니티를 통해서였다.
최근 선보이는 중국산 스마트폰들은 스펙이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월등하다. 화웨이가 이달 3일 공개한 신제품 '메이트 9'는 5.9인치 풀HD 디스플레이, 4000mAh 배터리, 4GB 램, 64GB 내장 메모리 등의 사양에 699유로(한화 약 88만원)이다.
아이폰7플러스 32GB모델보다 더 놓은 사양이면서도 가격은 비슷하다. 128GB모델보다는 13만원가량 저렴하다. '메이트 9'는 또 운영체제 버전도 최신 안드로이드 7.0이다.
샤오미가 지난달 말 공개한 '미 믹스'는 6.4인치 풀HD 디스플레이, 퀄컴 스냅드래곤 821 프로세서, 4GB 램, 128GB 내장 메모리, 4400mAh 배터리 등 최고사양을 갖추고도 가격이 3499위안(한화 약 59만원)에 불과하다.
특히 스냅드래곤 821은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도 없는 사양이다. 스냅드래곤 821은 LG전자 최신폰 'V20' 등에 장착된 820보다 동작속도를 높인 제품이다.
중국 스마트폰을 국내에서 구매하고 사용하기 편해졌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주목을 끄는 요소다. 샤오미 유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한 직구사이트를 이용하면 1주일만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자체적으로 할인 쿠폰도 얹어주기 때문에 체감 가격이 더 낮아진다.
구매한 폰은 소비자자 자유롭게 통신사를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SKT, KT, LGU+ 등 이통 3사는 물론 알뜰폰 사업자의 저렴한 무약정 요금제에 가입하는 게 가능하다. 약정이 걸려있지 않기 때문에 중고거래도 용이하다.
10월 28일 발매된 오포의 신제품 R9s. <사진=바이두> |
중국 출장 중 스마트폰을 잃어버려 현지에서 샤모미 폰을 20만원에 구매 후 사용 중인 여성 소비자 K씨(30)는 "배터리가 오래 가서 하루종일 사용해도 바닥을 보이지 않는다"며 "외관 디자인도 예쁘고 내부 인터페이스도 사용하기 쉽게 구성돼 있는데다 지문인식도 잘 된다"고 평가했다.
이미 중국 시장에서는 글로벌 스마트폰 1위기업인 삼성전자조차도 맥을 못추는 상황이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집계결과 지난 2014년 1분기 중국시장에서 19% 점유율로 1위였던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5.9%로 6위에 머물렀다.
전자업계는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중국 스마트폰이 프리미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안방을 내주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화웨이는 다음달 중으로 LGU+를 통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P9'을 국내 출시한다. 화웨이는 올해 3월 이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면서 한국을 출시국에서 제외했으나 방침을 바꿨다.
다만, A/S망 확보 등은 중국산폰이 넘어야 할 장벽으로 지적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국내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강력히 푸시하지 않는 데는 인적 물적 관리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스마트폰 사업은 손이 많이 간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