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서비스·부동산·낙농업 등 두루 눈길
[편집자] 이 기사는 10월 11일 오후 2시52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글로벌 사모부채펀드가 부실 채권이 쌓이고 있는 호주 기업 사냥에 본격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모부채펀드(Private Debt-Fund; PDF)는 기관 투자가들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기업에 대출해주거나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투자 수익을 얻는 펀드를 지칭한다. PDF는 지분 투자를 위주로 하는 사모주식펀드(PEF)나 주식(출자)전환증권에 주로 투자하는 메자닌(Mezzanine)에 비해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Low Risk-Low Return)'을 추구한다.
10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지난 6월 말 기준 글로벌 사모부채(대출)펀드의 가용 투자 자본은 199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이처럼 실탄을 두둑히 장전한 펀드 업계가 캐나다와 브라질 등 원자재 상품가격 급락으로 재정 위기를 맞고 있는 나라의 자원 기업들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 중에서도 대형은행들이 대출을 꺼리고 있어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넘쳐나는 호주가 사모펀드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는 소식이다.
◆ 너도나도 ‘호주행’
데이터 제공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운용액 980억달러로 업계 1위인 오크트리 자산운용은 본격적인 투자물건 물색을 위해 이미 지난 3월 호주에 사무실을 차렸고 론스타펀드는 몇 주 전 호주 사무소 개소식을 가졌다.
보스턴 소재 베인캐피털과 홍콩 소재 SC로위파이낸셜은 지난 몇 년 사이 특별 팀을 구성해 호주 현지에 배치했으며, 미니애폴리스 소재 대안투자회사 바르데스파트너스는 올 초 이미 시드니 사무소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블룸버그> |
이들이 우선적으로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은 호주 광산서비스 업체들이다.
상품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광산 업체들이 비용을 절감한 탓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 호주 광산서비스 업체 십여 곳은 막대한 부채 부담에 허덕이고 이다. 호주중앙은행(RBA)이 집계하는 지수에 따르면 지난 5년 사이 철광석부터 시작해 금까지 주요 상품 가격은 60% 정도 폭락했다.
오크트리 신용 포트폴리오매니저 에드거 리는 “광산 업계 전 부분이 현재 상당히 흥미로운 상황”이라며 “이들 모두가 재정 압박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사모부채펀드의 관심은 비단 광산업계에 그치지 않고 지나친 신규 아파트 건설 붐과 우유가격 급락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주택 및 농업 부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RBA와 현지 규제당국은 은행권에 부동산 개발업체와 낙농업계의 부실 대출 손실에 대해 경고음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 매력이 뭐길래?
호주가 글로벌 사모대출펀드 업계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호주 대형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무디스는 호주의 4대 대형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하며 사상 최저 수준이었던 은행들의 부실 대출 규모가 올 초부터 오르기 시작해 앞으로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주 은행들은 규제당국으로부터도 부실 기업들에 대한 익스포저를 축소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으며, 올해 호주 철강업체 아리움(Arrium)과 호주에 10개 광산을 운영하던 미국 석탄회사 피바디에너지(Peabody Energy)가 파산한 뒤로는 수백억 달러의 부실대출 완충 자본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구조조정 전문 변호사 제임스 마샬은 “은행들이 위험 대출에서 발을 빼면서 이 리스크가 사모대출펀드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대출펀드들은 이제 상품 가격도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대출 상환 능력이 없는 기업들을 사들여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시키거나 혹은 저렴한 가격에 부실채권을 사들여 수익을 남겨 팔거나 주식으로 전환해 이익을 남기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호주의 파산법도 개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파산 위기 기업들이 외부 도움을 요청하기가 더 수월해 져 펀드들이 뛰어들기 더 양호한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며 기대를 보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