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자조단 한미약품 현장조사…공시제도 악용도 연계
[뉴스핌=김연순 기자] 금융당국이 한미약품의 늑장공시는 "위법성이 없다"는 쪽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등 불공정거래 여부에 조사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고위관계자는 5일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 파기 공시가 지연된 부분에 대해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여진다"면서 "(한미약품) 주장대로라면 현행 법령상 공시 자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고 공시 시한은 지켜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기술 도입·이전·제휴 등과 관련한 사항'은 자율공시 대상으로 해당기업이 24시간 이내에 자율적으로 공시하면 된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께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 파기를 통보받은 후 14시간 후인 다음날(30일) 오전 9시29분 께 해당 사실을 공시했다. 개장 전 공시하지 않은 늑장공시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일단 한미약품 진술을 토대로 공시지연에 대한 위법성은 없다고 판단을 내린 셈이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미약품 본사 <사진=이형석 기자> |
하지만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이 악재공시를 내기 직전까지 한미약품에 대한 공매도 거래는 5만471주에 달했다. 평소 한미약품에 대한 공매도 규모는 4800여 주 정도지만 이날 전체 공매도 거래는 10만4327주에 달했고 절반가량이 늑장공시 이전에 이뤄졌다. 베링거인겔하임의 계약 파기란 악재성 정보가 내부자 등을 통해 사전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공시지연 자체는 현행법상 문제가 없지만 주식 불공정거래 의혹 조사와 연계해 고의로 늑장공시를 했는지는 추가로 확인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고위관계자는 "시장감시본부에서 주식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어느 시점에 (계약 해지) 정보가 들어왔는지 등을 물증 등을 포함해 재차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전헀다.
앞서 한미약품 주식 불공정 거래 의혹을 조사 중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자조단)은 지난 4일 한미약품 본사에서 현장조사를 벌였다. 자조단은 현장조사에서 회사 관계자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통화 및 메신저 내용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본시장조사단이 어제 한미약품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 공시 담당자 등 관련자의 휴대폰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면서 "현장조사에서 관련자 면담과 휴대폰 등 필요자료를 확보해 분석중"이라고 말했다.
자조단과 한국거래소는 기관투자자들이 한미약품의 악재 공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공매도에 나섰는지 여부를 면밀히 분석 중이다. 동시에 30일 장 시작 후 악재성 공시가 뜨기 전 29분간 주식매매 상황과 한미약품 임직원 등 이해당사자의 주식 계좌를 들여다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훈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장은 "공시시점보다 미공개 정보를 통한 거래가 이번 조사의 핵심"이라면서 "공시 전 미리 정보를 알고 주식을 매매한 사람이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자조단은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찰에 사건을 신속히 넘기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