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직후 30분동안 하루 공매도 물량 절반 쏟아져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의혹 '눈덩이'
거래소, "집중 조사중"
[뉴스핌=이보람 기자] 한미약품의 공시 시점을 두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악재 발표 직전 공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온 탓에 불공정 거래 의혹이 커지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술수출 계약 파기가 알려진 30일 한미약품의 공매도 물량은 10만4300여주로 집계됐다. 전일 7600여주 보다 13배 가량 공매도 규모가 급증, 상장 이후 최대 수준이다. 특히 이가운데 절반 가량이 개장 직후부터 한미약품이 기술수출계약 파기를 공시하기 바로 직전인 오전 9시 28분까지 쏟아져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미약품은 이날 오전 9시29분 독일 제약회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지난해 7월 맺은 '올무티닙'에 대한 기술이전계약이 종료됐다고 공시한 바 있다.
문제는 한미약품이 전날 장 마감 후 미국 제넨텍과의 최대 1조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공시, 충분히 주가 상승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공매도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는 점이다.
공매도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가 미리 주식을 빌려서 산 뒤 실제 주가가 하락했을 경우 이를 되팔아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 방법이다. 공매도 투자자는 이와 반대로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을 보게 된다.
이때문에 공시 시점 논란과 관련, 단순히 절차상의 이유로 공시가 지연됐다는 회사측의 입장에 대한 신빙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앞서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한미약품이 특정 세력의 매도를 위해 공시 시점을 늦추고 시간을 벌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회사측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께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 파기를 통보받은지 14시간 만에 악재를 알렸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2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의혹에 대해 "절차상의 이유로 공시가 지연됐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실제 한미약품의 공매도 세력이 장중 최고가에 주식을 샀다 종가에 되팔았다면 최대 25% 가량 차익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한미약품 주가는 전날 제넨텍과 기술수출계약에 힘입어 개장 직후 5% 넘게 상승, 장중 최고가 65만4000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기술수출 계약 파기 소식이 알려지며 한미약품 종가는 전일 대비 11만2000원, 18.06% 하락한 50만8000원을 기록했다.
거래소 등 금융당국 역시 악재 발표 직전 공매도가 집중된 정황을 포착, 집중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거래소 시장감시본부 한 관계자는 "결과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해당 시간대의 거래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은 맞다"며 "특히 해당 시간대 공매도와 대량 매도자들을 중심으로 면밀히 살펴보는 등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