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등에 넘긴 자산 2천억, 부당한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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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영기 기자] 한진해운은 올 3월 이후 런던사옥(322억원)과 H-line지분(330억원)을 매각했다. 또 특수관계인인 계열사 한진에 Intra-Asia 동남아, 한-중,한-일 특정노선 영업권을 621억원에, 베트남 Tan Cang Cai Mep터미널 지분 21.3%를 229억원에 팔았다. 한진칼에도 상표권을 742억원에 넘겼다. 이렇게 매각해 확보한 자금이 총 2000억원 이상이다.
IB업계에선 법정관리 이전에 한진해운이 매각한 이들 자산에 대해 법원이 '부인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채권신고절차가 진행되면 상거래 채권자 등이 주요 자산을 헐값에 매각해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당했다고 이의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조만간 법정관리의 다음단계인 채권신고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IB업계의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법원은 법정관리 전 2개월 내의 담보 제공이나 6개월 내의 무상행위 및 이와 동일시 할 수 있는 유상행위(매매)에 대해 부인권을 행사해 거래를 원위치 시킬 수 있으며, 특히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는 1년 이내로 기간을 넓혀놓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는 특히 부당한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기간을 더 길게 해놓은 것이 법 취지라는 설명이다.
◆ 상표권 · Intra-Asia노선 영업권 등 거래 취소 가능성도
자산매각에 대해 이의신청뿐 아니라 거래 상대방이 거래를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 상표권을 매수한 한진칼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경우 이를 재평가를 하거나 거래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조건을 붙여놓았기 때문이다.
한진이 매수한 Intra-Asia노선 영업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계약은 6월에 했지만 실제 양도일은 오는 30일이고, 거래규모 621억원도 예비평가에 의한 것으로 추후 실사를 통한 가치평가 후 정산키로 돼 있기 때문이다.
앞의 전문가는 "실제 이들 거래는 향후 한진해운의 자산처분 등에서 일정한 자산을 묶어서 처분할 때 핵심자산이 되거나 채권자들이 거래에서 자산평가가 부당하다고 이의를 제기하면 법원이 들여다보고 부인권 행사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IB업계의 관측과는 달리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특수관계인과의 자산매각 거래에 대해 한진그룹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분위기다. 채권단에서는 별도의 이의제기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해운업 자체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자산의 가치에 대해 다 알 수 없고 또 사적인 경영활동이므로 따로 검증하지 않았다"면서 "특수관계인에게 자산을 매각할 때도 공정한 가치평가를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법정관리 이후 부인권이라는 장치가 있기 때문에 그룹의 신뢰성을 침해하는 자산매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영업을 꿰뚫고 있는 업계의 이해관계자들은 어떨지 모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지난달 30일 한진이 한진해운 영업권 등 알짜자산을 취득했다는 의혹에 대해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시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유동성 지원을 위해서 진행한 걸로 믿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이후 벌어진 물류대란을 수습하기 위해 총 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룹에서 지원하는 1000억원은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원과 그룹이 미국 롱비치터미널 등 한진해운의 해외터미널지분 및 대여금 채권 등을 담보로 하는 600억원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