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부진에 계열사 적자 누적까지...1년 경영성적 '글쎄'
[뉴스핌=전지현 기자] 남석우 남영비비안 회장(45세)이 풀어야 할 경영 숙제로 고민이 깊다. 홀로서기 1년이 됐지만 경영성적표가 초라해서다. 지속되는 남영비비안의 매출감소를 막지 못하고 있고 계열사들은 적자 탈출 실패를 거듭하며 유지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 됐다는 평가다.
22일 패션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토종속옷패션기업 남영비비안 란제리 계열사 ‘바바라SAS'는 올 상반기 매출 36억원에 당기순손실 14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한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다.
바바라는 1926년 파리에서 시작한 명품 프랑스란제리 브랜드로 국내에선 1998년부터 남영비비안의 계열사인 ‘훼미모드’가 수입판매해 왔다. 남 회장은 지난 2010년 비비안 브랜드 고급화 작업을 진두지휘하며 고급 란제리인 바바라를 인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급란제리 시장을 타깃해 인수했지만 글로벌 SPA브랜드들이 잇따라 기능성 속옷을 출시하면서 속옷도 트렌드를 따라가는 등의 시장변화를 읽지 못했다”며 “글로벌브랜드들의 저렴한 가격, 공격적인 매장확장으로 20~30대 젊은 고객층을 놓치면서 고급란제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남영비비안의 또 다른 계열사 ‘훼미모드’ 상황은 더 심각하다. 여성용 란제리 등을 제조판매하는 ‘훼미모드’는 올 상반기 매출이 54억원. 당기순손실 1억4000만원을 기록하며 3년째 적자상태다.
이에 더해 자본잠식이 확대되고 있다. 3년째 자본이 잠식된 훼미모드의 지난 2013년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36억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마이너스 50억5498만원에 달했다.
▲취임 10년만에 맞은 '단독대표', 계열사·모회사 부진 반등 언제쯤?
올해로 창립 59주년을 맞은 남영비비안은 창업주 남상수 명예회장(91세)의 뒤를 이어 지난 2005년부터 장남인 남 회장이 이끌고 있다. 하지만 그가 진정한 홀로서기를 한 것은 10년간 전문경영인을 맡아온 김진형 공동대표이사가 갑작스런 폐암으로 사망한 뒤다.
김 전 대표는 1978년 남영비비안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뒤 고속 승진을 거듭해 2002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정통 '비비안맨'이었다.
남 회장은 지난 1998년 1월부터 훼미모드 설립과 동시에 대표에 오르며 경영을 지속했지만 남영비비안을 홀로 이끈 건 단독대표 체체가 된 8월 이후부터가 된다.
홀로서기 1년. 업계는 남 회장의 경영성적에 아직 합격점을 주기기 어렵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훼미모드’와 ‘바바라SAS’ 두 계열사가 애물단지로 전락하며 하락하는 실적이 좀처럼 돌아설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두 계열사의 부실한 체력은 모회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남영비비안은 바바라SAS와 훼미모드 지분 각각 100%, 60%를 보유하고 있다. 남영비비안은 계열사 바바라SAS에 대해 올 상반기에만 14억9246만원을, 지난해는 29억6423만원을 손상차손 처리해야 했다. 지난 2014년 바바라와 훼미모드 손상차손은 59억6820만원에 달했다.
손상차손이란 시장가치 하락 등으로 자산의 경제적 가치가 장부가격보다 현저하게 낮아질 경우, 이를 재무제표에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더군다나 남영비비안의 매출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중이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남영비비안의 매출은 98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060억원에 비해 71억원 줄었다. 지난해 매출 역시 전년 대비 7.6%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76억원으로 2014년 152억원보다 50.2% 적자폭을 축소했지만 4년째 60억원대가 넘는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한 증권사 세무사는 “손상차손은 영업외손실로 인식되기 때문에 금액이 클 경우 모회사의 당기순이익이 손실로 돌아설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주주들은 배당을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기업경영 능력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실한 계열사, 모회사 손실 반영에도 경영 논란 'NO'
사정은 이렇지만 남영비비안은 꾸준히 배당을 해왔다. 지난 2015년과 2014년에는 각각 12억9600만원과 8억5500만원을, 2013년에는 당기순손실이 49억원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25억7500만원의 현금배당을 진행했다.
이는 남영비비안의 지분구조와 무관치 않다는 평이다. 남영비비안은 남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계열사 전체를 거머쥐는 구도다.
남 회장은 남영비비안의 최대주주로 23.8%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2대주주는 남 회장이 이사로 있는 또 다른 계열사 남영산업(17.48%)이다. 창립주인 남상수 명예회장(8.44%)과 남명화(2.01%, 57세), 남진화(1.87%, 56세), 남지윤(1.78%, 53세), 남지희(1.77%, 51세), 남승희(1.78%, 47세) 등도 남영비비안 지분을 고르게 소유했다.
남영산업 역시 남 회장(82%)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총 93%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13년간 대표로 남영비비안을 이끌던 김진형 대표가 지난해 갑작스레 별세한 뒤 남석우 회장의 오너십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글로벌 SPA브랜드 러쉬에 남영비비안 역시 한동안 실적 부진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영비비안 관계자는 “바바라는 처음 인수할 때부터 상황이 워낙 어려웠기 때문에 적자가 오래갈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법정관리 상태였을 정도라 여기면 된다”며 “두 계열사의 문제는 전반적인 패션시장 부진과 소비심리 둔화 영향이 매출에 미쳤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훼미모드의 자본잠식은 노력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따로 답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