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청사, 소통 창구 축소 조짐
[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박근혜 정권이 내세운 정부 3.0 정책이 시간이 갈수록 의미가 퇴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정보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공유하며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 소통하고 협력하자는 취지로 시행됐지만, 부처간 소통은 단절되는 등 오히려 칸막이만 늘었다는 지적이다.
19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환경부의 소통부재가 심각하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과 관련해서 고용부가 환경부의 미협조로 인해 이를 취급하는 사업장에 대한 안전점검 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세종청사.<사진=뉴시스> |
환경부는 PHMG에 대해 2012년 9월, PGH는 이듬해 8월에 각각 유독물질로 지정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안전점검을 위해 사업장 명단을 요청한 고용부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고용부는 가습기특위 기관보고에서 "원료물질 및 제품을 제조, 유통한 업체를 대상으로 MSDS(물질안전보건자료)제공여부와 안전보건조치 이행 등을 점검하기 위한 종합감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환경부가 명단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타 부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도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보건산업과 보건의료, 신약개발 등의 유기적으로 연결된 연구개발(R&D)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이에 대해 정보 공유는 전무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정부 부처 및 민·관 소통 창구를 사실상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 세종정부청사에 출입하는 공무원을 제외한 관계자들의 출입증에 대해 특정 부처별로 나눠 타 부처 방문을 못하게 막아논 것이다. 정부는 부처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세종청사의 모든 부처를 연결통로로 이어놨지만, 공무원들은 근무 특성상 타 부처 이동이 적다는 점에서 사실상 관상용으로 전락한 꼴이다.
이는 지난 2월께 서울 세종로에 위치한 정부서울청사 보완이 뚫린데 따른 것이다.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한 수험생이 훔친 공무원증으로 청사에 출입해 성적을 위조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이후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와 정부세종청사 등의 보완을 강화한다며 얼굴인식시스템 도입 및 소지품 촬영, 출입증 재발급 등에 예산을 퍼부었다.
문제는 사실상 공무원증을 분실한 공무원이 자진 신고만 했어도 이 같은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사 보안의 문제라기 보다는 기본적인 매뉴얼을 잘 지키지 못한 일부 공무원 때문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서울청사는 공무원들의 보안의식과 출입관리소 직원의 안일한 근무로 뚫린 상황이다"면서 "최첨단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한들, 관계자들이 이번 사례처럼 제 역할을 외면하면 매번 최첨단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세금만 쏟아붇게 될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업무와 관련해 찾아오는 공공기관 및 공기업, 민원인들이 불편 때문에 두번 찾아올 것을 한번으로 줄이는 등 소통이 잘 안되고 있다"면서 "민·관 등 국민들을 위해 소통하자고 내놓은 정부 3.0은 사실상 무색해진 것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