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회사채 연초 이후 11% 랠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올해 최고의 자산으로 부상한 신흥국 채권시장에서 일시에 투자 자금 썰물이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소위 ‘본드런’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올 들어 이머징마켓 채권에 유입된 자금이 장기 투자자보다 고수익률을 추구하는 투기거래자와 단기 투자자의 주머니에서 나온 데다 중국 경기 둔화를 포함한 구조적인 리스크가 자리잡고 있어 충격에 취약한 상태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달러화<사진=블룸버그> |
15일(현지시각) JP모간에 따르면 이머징마켓 회사채가 올 들어 11%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채권 가격 상승에 따라 수익률은 바닥권으로 떨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신흥국 회사채의 평균 수익률이 연초 이후 15bp 하락해 최근 5.2%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 들어 수익률 낙폭은 어미징마켓 국채 및 선진국 회사채를 앞질렀다.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의 고강도 부양책에 따른 효과를 제쳤다는 얘기다.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가 연초 이후 평균 3.3%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파운드화 표시 회사채가 같은 기간 1.8%의 수익률을 올린 점을 감안할 때 신흥국 회사채의 상대적인 강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 6주 사이 이머징마켓 채권 펀드로 유입된 자금이 180억달러에 달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회사채 매입에 투입됐다는 것이 BofA 측의 판단이다.
문제는 이들 자금이 대부분 전통적인 장기 투자자가 아닌 이른바 ‘관광객’ 자금이라는 사실이다. 사소한 시장 충격에도 썰물을 이루며 채권 가격 급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존 베이츠 애널리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신흥국 채권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의 성격에 대단한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련 투자 기관은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고 있고, 이들 포트폴리오에서 신흥국 채권시장의 투자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단기간에 밀려들며 가격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린 자금이 발을 뺄 때 충격 또한 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신흥국 채권 가격이 큰 폭으로 뛴 것은 투자자들의 고수익률 추구에서 비롯된 이른바 풍선효과로 볼 수 있고, 가격 상승이 클수록 자금이 빠질 때 낙폭 역시 크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글로벌 채권 규모가 13조달러를 넘어섰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신흥국 채권의 영속적인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 국채 대비 이머징마켓 회사채의 프리미엄이 무려 평균 340bp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추가적인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에는 프리미엄이 한계 수위에 달했다는 것.
BNP 파리바의 JC 삼버 투자 파트너 역시 “안이하게 접근한 자금이 신흥국 회사채 가격을 대폭 끌어올렸다”며 “이 같은 투자 전략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수요에 비해 신흥국 회사채 발행이 위축된 것도 가격 상승의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JP모간에 따르면 올 들어 발행액이 2200억달러에 못 미쳤다. 이는 지난해 2390억달러와 2014년 3720억달러에서 줄어든 수치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