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도 낮은 대기업 영향력 ‘미미’, 장기화될 시 브랜드 전략 수정
[뉴스핌=전지현 기자] "아직까진 큰 영향이 없지만 길게 가면 절대 안됩니다. 중국은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지 않는 나라기 때문에 일본의 ‘폄한’ 사례와는 전혀 다르죠. 정부가 하지 말라면 바로 '안티'로 돌아서는 곳이 중국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빨리 해결해야 합니다."
중국에 진출한 패션기업 임원의 말이다. 중국 정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가 현실화되자 패션업계는 장기화 가능성을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패션기업들은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지만 중국진출을 본격화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향후 전략 방향을 놓고 현상황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다. 일부 중견패션기업들은 최근 몇년간 현지화 마지막단계까지 진행했던 터라 우려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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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소식에 방산사들의 주가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
8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기업들은 향후 중국시장 사업방향을 놓고 고민하는 중이다. 이번 '중국 복수여권 허용 중단'이 중국의 사드배치 후속조치 보복의 연장선으로 향후 더 많은 제재와 보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중소패션기업들은 지방정부와 관련이 깊은 중국 특성상 ▲세금 ▲현지기업과의 관계 ▲긍정적 이미지 구축을 위한 현지사 협업 등의 단계를 마치고 본격적인 진출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A패션기업 관계자는 “(사드 배치 후)한달이 안됐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면서도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지 않은 중국 특성상 장기화될 경우 심각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어 “중국인들은 정부에서 하지 말라면 국민 스스로 ‘안티’가 된다"며 "이 상황을 그냥 두면 한국기업 어디라 할 것 없이 힘든 시기를 겪을 것”이라고 심각성을 알렸다.
B패션기업 관계자 역시 "중국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드배치를 빌미로 폄한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며 "거의 ‘현지화’ 막바지까지 와서 본격적인 진출을 계획하던 중에 날벼락이다. 한류를 통한 브랜드 계획을 모두 수정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패션협회 관계자는 "중국은 현재 한국에 상당히 서운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우리만 모르고 있다"며 “복수 여권 제한은 사업자체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보는 것보다 중국내에서의 분위기가 더욱 심각하다”고 했다.
문제는 ‘불매’와 같은 소비자 행동보다 중국정부의 움직임이다. 중국은 정부와 경제의 분리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대표적인 나라다. 업계는 중국정부가 한류 활성화, 한국아이돌 활동, K-드라마 등을 강하게 제지할 경우, 한국패션기업들이 PPL 등 기업 마케팅 홍보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온라인 기반 패션브랜드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지난해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 상품 역직구 금액은 전년 대비 173.1% 증가한 810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역직구 시장 거래액의 67.9%에 달한다.
중국에서 성공한 브랜드 역시 국내 대기업보다는 '난닝구', '스타일 난다' 등 온라인 형태로 동대문 사업을 진행했던 곳들이었다. 이들 브랜드는 중국 소비자 패턴이 모바일과 온라인몰로 옮겨가면서 역직구 형태로 큰 매출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한국패션협회 관계자는 “중국정부는 기존에도 중국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역직구 관심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사이트 트래픽이 많아지면 접속을 막곤 했다”며 “중국인들은 외국사이트에 들어가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가 국부 유출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이제 사드배치 문제로 더욱 접속을 차단할 것"이라며 "빌미를 제공하게 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에 기진출한 국내 패션기업들의 영향은 미미한 상태다. 중국내에는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가 존재하기 때문에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기업의 것'이라는 인지도가 낮다는 평가다.
최근 아웃도어기업들은 큰 영향이 없다는 것도 업계 중론이다. 아직은 시작단계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해외 유수의 브랜드가 앞 다퉈 진출한 상태다.
아웃도어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는 많은 아웃도어 글로벌브랜드와 우수한 중국브랜드들이 이미 정착했기 때문에 블랙야크나 LF 라푸마의 시장성이 높지 않다”며 “이번 사태로 인한 여파가 크지 않겠지만 국내 아웃도어업계가 중국진출을 준비한만큼 이번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