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사건, 진보·보수 재판관 판단 4대4로 엇갈려
한덕수 사건 땐 인용 1표…재판관 성향 보단 '헌법수호' 관점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오는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론이 나온다.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중 최장기간 심리를 한 만큼 역사적 결정을 할 헌법재판관들의 판단에도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다.
헌법재판소는 4일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헌재가 사건을 접수한 지 111일, 지난 2월 25일 변론 절차가 종료된 지 38일 만에 선고하는 것이다.
헌재는 ▲진보로 분류되는 재판관 3인(문형배·이미선·정계선) ▲중도로 분류되는 재판관 3인(김형두·정정미·김복형) ▲보수로 분류되는 재판관 2인(정형식·조한창) 등 8인 체제로 구성돼 있다.
![]() |
헌법재판소가 오는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사진은 윤 대통령 탄핵 사건 2차 변론기일 당시 모습. 왼쪽부터 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 [사진=뉴스핌DB] |
헌법재판관의 판단에 있어 재판관별 정치적 성향 보단 '헌법수호' 관점의 재판관 판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단적으로,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당시 헌재가 보수 성향이 강한 재판관 중심으로 구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사건과 달리 이번 윤 대통령 사건은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박 전 대통령 사건보다 재판부 평의가 장기간 진행돼 재판관 사이에 내부 '이견설'이 대두됐고, 다른 탄핵 사건 선고를 통해 재판관들의 성향과 판단 기준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 관측의 배경이다.
헌재는 올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부터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한덕수 국무총리(현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사건 선고를 진행했다. 이중 재판관 전원일치 기각 의견이 나온 최 원장과 검사 3인 사건외 이 위원장, 한 총리 사건에선 재판부 판단이 갈렸다.
이 위원장 사건은 4(인용)대 4(기각) 기각 결정이 나왔다. 이 사건에서 문형배·이미선·정계선·정정미 재판관은 인용 의견,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기각 의견을 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재판관들 사이에 정치적 성향으로 판단이 엇갈렸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반면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 사건의 경우 재판관들이 5(기각)대 1(인용)대 2(각하)로 판단했다. 정계선 재판관만 인용 의견을 냈고, 앞서 이 위원장 사건 때 나뉜 중도로 분류되는 재판관 3인은 모두 기각 의견에 힘을 실었다. 문형배·이미선 두 진보 성향 재판관도 기각 의견에 동참했다.
특히 김복형 재판관은 다른 4인의 재판관과 달리 한 총리에겐 어떠한 법 위반 행위도 없었다고 판단했으며, 정형식·조한창 두 보수 성향 재판관은 탄핵소추 자체가 부적법하다며 아예 각하 의견을 냈다. 김복형 재판관의 경우 다른 재판관들보다 탄핵을 통한 파면에 있어 더 엄격한 판단을 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이 인용되기 위해선 재판관 8인 중 6인 이상의 인용이 필요한데, 이들이 앞서 탄핵심판 사건에서 사안에 따라 판단을 달리 한 만큼, 윤 대통령 사건에서도 주류와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 중 하나라도 '파면에 이를 만큼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되면 재판관은 인용 의견을 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일부 재판관이 특정 사안에 대한 다른 판단을 하더라도 별개의견에 그치게 된다.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스핌 DB] |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