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고은 기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한국시간으로 오는 6일 아침 개막을 앞둔 가운데 정작 브라질은 반(反) 올림픽 정서로 들끓고 있다. 정치적·경제적 혼란이 거센 상황에서 열리는 '세계인의 축제'는 정작 브라질 국민은 즐길 수 없는 '부자들만의 축제'라는 것이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현재 올림픽에 대한 브라질 국민의 정서는 분노와 불안, 무관심으로 대표된다고 전했다.
우선 '분노'의 감정이 각종 시위 및 항의 행동으로 번지고 있다. 오는 6일 개막식이 열리는 경기장 밖에서는 정치혼란과 경제침체 속에서 올림픽을 강행한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의 퇴임을 주장하는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 성화 봉송단에는 돌팔매... 어느 경기에 테러 벌어지나 내기하기도
<사진=블룸버그> |
이날 성화봉송단이 리우데자이네루 시내로 진입하자 시위대는 돌을 던지며 항의했다. 시내를 지나는 자동차 범퍼에는 올림픽 로고를 재배열해 욕설로 바꾼 스티커가 붙어있다.
분노가 낳을 테러에 대한 '불안'도 만만치 않다. 브라질 시민들 사이에서는 어떤 올림픽 경기가 벌어지는 날에 테러공격이 있을지에 대해 내기하는 게임이 나돌고 있다.
올림픽 자체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이 브라질 국민의 일반적인 정서다. 브라질 여론조사 전문기관 데이터폴하에 따르면 브라질 국민의 51%는 올림픽에 '관심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작 16%의 브라질 국민만이 올림픽에 흥미를 보였다.
주요 미디어인 글로보는 주말 황금시간대에 올림픽 대신 국내 축구리그 중계를 선택했다. 상당수의 호텔은 예약이 다 차지 않아 텅 비어있고, 여행사들은 필사적으로 요금을 인하하며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브라질 국민의 약 3분의 2에 달하는 63%는 올림픽 개최가 국가 경제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보고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지난 7월 14-15일에 279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껏 가라앉은 국민정서는 브라질이 올림픽 유치권을 따낸 지난 2009년의 상황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당시 브라질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속도를 보이며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수백만명의 국민을 빈곤에서 끌어올려 중산층으로 진입시켰고, 민주주의 체제 역시 1985년 군부통치 해제 후 20여년이 지나 성숙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올림픽은 브라질의 다른 구경거리와 경쟁해야 하는 상태에 놓였다. 다른 구경거리란 브라질의 극심한 정치적 혼란과 그로 인한 분쟁 상황을 말한다.
◆ CNBC "브라질 혼란, 세계인 생각보다 심각"
CNBC는 올림픽을 맞아 세계 전역에서 수천명의 사람들이 리우데자이네루 거리로 모여들 예정이지만, 브라질의 정치와 경제 상황은 '축제'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각종 부패 혐의로 직무 정지 상태에 있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오는 29일 최종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다. 대서양 위원회(Atlantic Council)의 안드레아 무르타 라틴아메리카 전문 애널리스트는 "이달 말에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될 것은 거의 확정적인 상태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브라질 정치적·경제적 혼란이 호세프의 축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주 호세프 대통령의 전임 대통령이었던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이 사법 방해 혐의로 법정에 설 것이라는 것이 연방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전에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에 관련된 부패스캔들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으나, 이제는 공식적으로 피고인의 입장이 된 것이다.
호세프 대통령과 룰라 전 대통령의 부패와 연관된 브라질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는 현재 수십억달러 규모의 부채 상환을 위해 고전하고 있으며, 미국의 주주로부터 걸려온 집단 소송에 휘말려 있다.
IHS 마킷의 카를로스 카이세도 라틴아메리카 수석 애널리스트는 "세계 전역에 페트로브라스와 같은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페트로브라스는 단일기업으로서 혼자 브라질 GDP의 5%를 떠받치고 있다. 이 거대 석유기업의 미국 내 상장 주식 가격은 지난 2014년 11월 부패 스캔들이 터진 이후 거의 25% 하락했다.
세계에서 9번째로 큰 수준인 브라질의 경제는 지난 1분기에 0.3% 수축했다. 지난해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는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카이세도 애널리스트는 "리우가 2009년 올림픽 장소로 선정될 당시에 브라질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였다. 그러나 그 이후 브라질의 상황은 크게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페트로브라스를 염두에 두고 "터닝포인트는 2014년, 브라질 역사상 가장 거대한 부패 스캔들이 터진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