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MC 유재석을 발굴한 '서세원쇼' <사진=KBS 2TV '서세원쇼' 캡처> |
[뉴스핌=장예슬 인턴기자 ] 콘텐츠 소비가 빠른 요즘, 예능 트렌드 역시 시청자 입맛에 맞춰 속도감 있게 변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토크 예능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다양한 포맷을 접목하며 진화해온 토크 예능은 큰 웃음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유재석 같은 대형스타를 배출한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시대의 변화에 발을 맞추며 시청자들과 만나온 굵직한 토크 예능을 들여다봤다.
KBS 2TV 서세원쇼 ‘토크박스’는 1996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된 인기 토크 예능의 시조다. ‘국민MC’ 유재석을 발굴해낸 프로그램이자 현재 토크쇼 프로그램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토크박스’는 10명 정도의 출연자들이 나와 주제에 맞춰 자신들의 에피소드를 얘기한 뒤 가장 웃겼던 출연자를 토크왕으로 뽑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시 무명이던 개그맨 유재석이 출연해 큰 웃음을 줬고, 심야 시간대에도 시청률이 최고 30%대까지 치솟았다.
'토크박스' 이후 등장한 다양한 토크쇼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KBS 2TV '해피투게더', MBC '놀러와', MBC '무릎팍도사', MBC '라디오스타' <사진=KBS, MBC> |
인기를 끌던 ‘토크박스’가 종영한 후 토크를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줄을 이었다. 가장 먼저 등장한 프로그램은 2001년부터 방영한 KBS 2TV '해피투게더'다. 초기 버전의 ‘해피투게더’는 학창시절 콘셉트로 ‘쟁반 노래방’이 인기 코너였다. 게스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책가방 토크’는 도입부 역할만을 수행했다. 현재 ‘해피투게더’는 MC가 질문을 던지면 게스트들이 그에 대해 답하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로 변화했다. ‘해피투게더’는 토크쇼의 침체기 속에서 계속 포맷과 패널을 교체하며 장수하고 있다.
다음 주자는 유재석과 김원희가 진행한 MBC '놀러와'다. 전형적인 토크쇼였지만 동갑내기 두 MC의 진행이 부드러웠고 게스트 간의 연결성, 연출과 각본이 좋아 호평을 받았다. 8년 간 월요일 심야예능의 왕좌를 꾸준히 지키며 장수한 토크쇼이기도 하다. ‘놀러와’는 보조 MC역으로 들어온 스타들을 훗날 대형 예능 프로그램으로 진출하게 만드는 등용문이기도 했다. 초창기 보조 MC인 노홍철(무한도전, 1박2일)과 박명수(무한도전) 그리고 은지원(1박2일)이 대표적이다.
이어지는 토크 예능은 2007년부터 방영한 MBC의 ‘무릎팍도사’와 ‘라디오스타’다. ‘무릎팍도사’는 강호동이 점집 도사처럼 분장하고 연예인과 유명인사들의 고민을 해결해준다는 콘셉트로 주목을 받았다. 직접 물어보기 껄끄러웠던 질문들을 과감하게 던지는 구성으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주며 첫 회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무릎팍도사’는 사실상 연예인들의 사생활, 루머 등을 시청자 앞에 털어놓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포맷을 통해 연예인, 유명인의 일상, 인간적인 면에 대한 관심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를 받았다.
‘라디오스타’는 2007년부터 꾸준히 사랑받는 MBC 간판 토크 예능이다. ‘라디오스타’가 주는 즐거움은 MC들이 수시로 던지는 ‘낚시성 질문’이다. 이 질문에 게스트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는가 역시 큰 흥밋거리다. ‘라디오스타’의 가장 큰 장수비결은 4MC. 김구라와 윤종신은 사악한 질문들로 게스트를 곤경에 빠뜨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날카로운 질문으로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준다.
김국진은 곤경에 빠진 게스트를 구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게스트를 옹호하고 포용하며 진행을 이어나간다. 막내 규현은 김구라와 윤종신이 던진 독한 질문에 추가 질문 혹은 하고 싶은 말을 덧붙여 웃음을 준다. 특히 숨기고 싶은 자료(과거 사진 등)들을 들고 출연자를 당황하게 한다. ‘라디오스타’는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들을 출연시켜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한 라미란은 ‘라디오스타’가 낳은 대표적인 예능스타다. 이 덕에 ‘라디오스타’는 ‘예능 원석 발굴의 장’으로도 불린다.
MBC '세바퀴'와 SBS '강심장', SBS '힐링캠프', SBS '디스코(셀프디스코믹클럽,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MBC, SBS> |
MBC ‘세바퀴’의 주요 타깃은 주부층이다. 고정 출연진도 대부분 주부들 혹은 중년 남성 연예인들로 구성됐다. 초기엔 주부와 관련된 문제를 많이 냈지만 중반부터는 퀴즈보다는 토크 위주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한 때 평균 17%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MBC ‘무한도전’을 누르고 토요일 예능 1위를 차지했다. ‘세바퀴’는 이미 종영했지만 이른바 ‘떼토크’의 시초로 기억된다. 또한, 몇 십 명의 게스트출연과 중장년층을 노린 콘텐츠들은 현재 종편 방송들이 참고하고 있는 부분이다. MBN ‘황금알’과 TV조선 ‘속사정’이 대표적인 예다.
2009~2013년 2월까지 방영한 SBS ‘강심장’은 서세원쇼 ‘토크박스’와 포맷이 가장 비슷하다. ‘강심장’은 매회 20명의 게스트가 출연해 입담을 겨루는 집단 토크쇼다. 방청객의 지지를 가장 많이 얻은 출연자가 토크 승자로 결정되며, 최종 우승자가 그 회의 ‘강심장’이 된다. 토크 승자를 선정하고 개인기를 선보이는 코너는 ‘토크박스’와 유사하다. 특히 ‘강심장’은 집단 토크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연예인 선호도에 있어서 한 명의 게스트가 출연한 경우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많은 연예인들이 출연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SBS ‘힐링캠프’는 후반 토크쇼 예능 프로그램이다. 2011년에 방송을 시작한 ‘힐링캠프’는 공격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는 다른 토크쇼에 비해 편안하고 잔잔한 분위기의 토크쇼다. 2013년에 폐지된 MBC ‘무릎팍도사’ 이후에 한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해 출연자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줬다는 평을 받았다. ‘힐링캠프’는 시청률 7~10%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다가 2014년에 들어서는 5%선을 힘겹게 지켰다. 제작진은 시청률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존 3인의 MC 체제에서 499인의 방청객 MC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를 주려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최근 예능이 대대적인 변화를 맞으면서 새로운 토크쇼가 시청자들을 찾았다. 바로 SBS 파일럿 예능 ‘디스코-셀프 디스 코믹 클럽’(디스코)다. '디스코'는 사회문화적 의미가 있는 ‘잊힐 권리’를 예능적으로 재해석한 토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들은 잊힐 권리를 내세워 자신의 연관 검색어에 관해 셀프 디스토크를 진행했다. 셀프 디스토크라는 프로그램의 특징 때문에 ‘최자-설리 러브스토리’ 등 출연자와 관련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뉴스핌 Newspim] 장예슬 인턴기자 (wkddptm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