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광연 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불허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심사 기준이 유료방송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7개월 넘는 심사기간이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6일 관련업계에서 꼽는 가장 큰 문제는 ‘권역별 점유율 제한’ 부문이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 합병할 경우 현재 CJ헬로비전이 점유율 1위를 유지중인 19개 권역에서 공정경쟁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역 사업자인 케이블TV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아울러 IPTV의 성장으로 사실상 권역별 점유율의 의미가 거의 없어진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관련 법안인 방송법과 IPTV법, 그리고 20대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통합방송법에서도 권역별 점유율을 제한하는 조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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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사진=공정위> |
전국구로 눈을 돌리면 공정위의 논리적 모순은 더 커진다. 유료방송 사업자 중 전국구 1위는 KT로 총 820만명(IPTV 510만, 위성방송 310만)을 확보, 29% 수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CJ헬로비전 430만명과 SK브로드밴드 300만명을 합친 수보다 90만명 가량, 점유율로는 3% 이상 앞선다. 의미가 없어진 권역별 점유율 제한을 이유로, 전국 점유율 25%를 살짝 넘어서는 2등 사업자의 등장을 차단하는 셈이다.
특히 200일이 넘도록 심사를 진행했음에도 이런 기본적인 유료방송시장의 특성조차 반영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권한은 인정하지만 심사 기준이 해당 시장의 특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주무부처인 미래부 심사가 남았음에도 불허 조치를 내린 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의 국회 발언도 구설수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인수합병 심사 진행 여부를 묻는 여야 의원들에게 “아직 심사가 진행중”이라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대답을 한바 있다. 불과 일주일 후 심사보고서가 전달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 3월만 해도 심사보고서 발송이 임박했다던 공정위가 돌연 태도를 바꾼 시점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부담스러워하는 특정 세력이 반대 여론을 의도적으로 주도하기 시작한 때와 절묘하게 겹친다”며 “말 그대로 ‘공정’한 심사를 해야 하는 공정위가 여론에 편승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