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부터 부동산까지 기회 포착 혈안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투표가 시행된 가운데 결과 발표에 앞서 금융시장은 이미 브렉시트의 불발에 강하게 베팅하는 움직임이다.
23일(현지시각) 유럽 주요 증시가 일제히 1% 이상 뛴 것은 물론이고 파운드화 역시 상승 탄력을 받았다. 금값은 하락 압박에 시달렸고, 국제 유가가 1% 가량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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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운드화 <출처=블룸버그> |
최근 수개월간 투자자들의 숨통을 조였던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진행되는 사이 시장 움직임은 영국의 EU 잔류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다.
예측이 엇나갈 경우 충격이 더욱 클 것이라는 경고가 제기됐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바겐헌팅 기회를 엿보고 있다.
런던증시의 은행 섹터와 부동산 관련 종목, 여기에 파운드화까지 브렉시트 공포에 하락 압박을 받은 자산이 강한 반전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다.
국민투표 결과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 결과 발표 직후 강한 충격을 받는 섹터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 기회를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나디르 쿠레시 마카라 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를 통해 “국민투표 결과 발표 후 자산시장 전반에 걸쳐 변동성이 큰 폭으로 뛸 것”이라며 “이를 틈타 수익률 창출 기회를 포착하려는 대기 세력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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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캠페인 용 머그잔 <사진=블룸버그> |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이 현금 자산을 대폭 축적했고,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는 몇 시간 사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큰 장’이 설 것으로 예상하고 공격적인 베팅에 나설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브라이언 벨스키 BMO 캐피탈 마켓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지난 2011년 여름 유럽의 부채위기가 고조된 한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데 따라 온갖 비관론이 곳곳에서 번지며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것과 흡사한 상황”이라며 “이번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후 약세장도 쏠쏠한 차익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투표에 앞서 막판 실시된 유거브와 콤레스의 여론조사 결과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하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까지 다양한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엇갈린 데다 찬반 의견이 지극히 근소한 차이를 보인 만큼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어느 쪽으로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날 장중 파운드/달러 환율은 1.4946달러까지 상승해 파운드화 가치가 6개월래 최고치까지 뛴 뒤 상승폭을 축소했다.
금융업계 애널리스트는 브렉시트가 가시화될 경우 파운드화의 낙폭을 예상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과거 파운드화가 폭락했을 때 가파른 V자 반등이 나왔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예측이다.
중동과 아시아의 ‘큰손’들은 런던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바겐헌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할 때 고가 주택을 유리한 가격에 매입할 기회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투자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이날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 역시 1% 내외로 뛰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