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중 패색 짙어지면 폭로전...이후 대대적인 검찰 수사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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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강필성 기자] 최근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유례없는 대규모 수사를 두고 비교되는 재계 그룹이 있다. 두산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효성그룹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형제간의 분쟁’이다. 분쟁 과정에서 검찰의 대규모 수사를 받았다는 점도 공식처럼 등장한다.
최근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 배경에 형제간 분쟁이 자리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그룹에 대한 고강도 검찰 수사의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레임덕을 겨냥한 현 정권의 대대적인 사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가 하면 이명박 정권을 겨냥한 수사라는 관측도 있다. 심지어 최근 현·전직 검사의 추문으로 위신이 땅에 떨어진 검찰의 기획 수사라는 말까지도 나돈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이번 검찰 수사의 성격을 정확히 규정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다만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배경에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사실 형제간의 분쟁에서 수사기관이 등장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주로 패색이 짙은 곳에서 검찰을 통해 상황을 뒤집어보려고 노력하곤 했다.
▲형제간 분쟁 대부분 '폭로전'으로
대표적으로 두산그룹은 지난 2005년 박용오 당시 두산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강제로 물러나게되자 검찰에 비자금 투서를 던지며 기자회견을 했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워크아웃 전후로 박삼구, 박찬구 회장 형제의 사이가 갈라지자 10여개 소송이 오갔다. 특히 박찬구 회장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 수사 과정에서는 박삼구 회장이 배후로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고, 실제 박삼구 회장 측 인사가 박찬구 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주도하기도 했다.
10일 검찰이 롯데그룹을 비롯한 롯데 계열사, 경영진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검찰 관계자가 박스를 들고 서울 중구 롯데그룹 본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효성그룹에서는 조석래 회장의 차남 조현문 변호사가 사실상 효성그룹에서 퇴출되면서 “조 회장이 불법 행위들을 은폐하기 위해 누명을 뒤집어 씌우려고 했다”고 주장한 것이 검찰 수사의 계기가 됐다. 조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현재 조 변호사는 형인 조현준 효성 사장에게 수십건의 고발장을 낸 상태다.
이들의 공통점은 경영권에서 배제된 형제가 자신의 복권 혹은 보복을 위해서 수사기관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형태를 취한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도 비슷한 양상이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총에서 완패하면서 사실상 경영권 확보의 단초를 잃었다. 롯데홀딩스의 2대주주인 종업원지주의 지지를 확보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종업원지주는 확고한 신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신 회장 체제를 흔드는 방법 외에 다른 방안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행보 빨라진 신동주 전 부회장…판도 변화는?
신 전 부회장 측은 검찰에 비자금 관련 내용을 제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심할 여지가 적지 않다. 이번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가장 수혜를 본 것이 신 전 부회장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 그의 행보는 검찰 수사 이후 부쩍 빨라졌다.
신 전 부회장은 검찰의 압수수색 당일 일본어 사이트인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을 통해 “신동빈 경영체제의 문제점이 표면화됐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신 회장에게 “즉시 귀국해 해명하라”는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그의 측근인 김수창 변호사는 “호텔롯데·롯데쇼핑의 회계장부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는 의미심장한 발표를 했고,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은 “승리할 때까지 계속 주총을 열 것”이라고 선언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오는 25일 주총을 소집한 상황. 신 전 부회장은 주총 전후로 본격적인 신 회장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위기가 곧 신 전 부회장의 우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형제간 분쟁의 사례에서 패색이 짙은 쪽은 검찰 등 수사기관을 동원했지만 대부분 판도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기 때문.
두산그룹은 박용성·박용만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두산그룹을 장악했고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은 독자경영체제로 사실상 계열분리를 하게 됐다. 효성그룹 역시 최근 재판 과정에서 홍역을 치루고 있지만 효성그룹의 지분을 모두 매각한 조 변호사가 복귀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재계 관계자는 “형제간 분쟁에서 공식처럼 검찰 수사가 따라붙는 경우는 많지만 그렇다고 결과가 뒤집어진 사례는 없다”며 “롯데의 경우 신 전 부회장이 개입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어찌되더라도 그가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