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 하락 우려에 외환 거래 7배 급증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의 자본 유출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가운데 영국에서 흡사한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영국인들이 이른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파운드화 평가절하에 대비하기 위해 유로화 사재기에 나선 것.
영국 파운드화 <출처=블룸버그> |
파장이 중국의 자본 유출에 비해 지극히 작지만 헤지펀드뿐 아니라 민간 투자자와 일반인들이 외화 매입에 나서 시장 전문가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면서 영국 파운드화가 최근 반등했지만 영란은행(BOE)부터 골드만 삭스까지 갑작스러운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자 외화 수요가 있는 일반인들을 중심으로 유로화와 달러화 매입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각) 웨스턴 유니온 비즈니스 솔루션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3개월 사이 파운드화의 외화 환전 규모가 100만파운드(15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무려 7배 급증한 수치다. 외화 수요는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브렉시트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투표 전후로 해외 여행을 계획하는 학생부터 해외 부동산을 매입한 투자자까지 각층에서 파운드화 급락 가능성에 대처하고 나섰다.
런던의 비즈니스맨 제니 슬레이드는 프랑스에 보유한 별장의 수리를 위해 이달 초 3만유로를 환전했다.
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최근 2개월 사이 파운드화 환율 변동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며 “파운드화가 반등할 때마다 필요한 외화를 매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대해 7년래 최저치로 하락, 파운드/달러 환율이 1.3836달러까지 밀렸다. 하지만 이후 파운드/달러는 1.47달러까지 뛰며 올들어 하락 분을 거의 모두 만회했다.
파운드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올들어 지난 4월 초까지 9% 급락한 뒤 낙폭을 최근까지 3% 선으로 좁혔다.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외화 매입이 영국인들에게 오히려 손실을 안겨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투표 결과 브렉시트가 무산될 경우 파운드화가 강하게 뛸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골드만 삭스는 파운드화가 20%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BOE는 영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경우 파운드화 낙폭은 더욱 확대할 공산이 크다.
웨스턴 유니온의 나와즈 알리 외환 전략가는 “일반인들이 외화 스팟 거래를 지양하고 선물환 거래를 포함해 환율을 확정할 수 있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