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 레임덕 방지…4대부문 개혁·구조조정 추진은 '드라이브'
[세종=뉴스핌 정경환·김나래·이영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책조정·경제수석을 전격 교체하며 임기 후반기 레임덕을 방지하고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신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안종범(왼쪽) 경제수석, 신임 경제수석에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사진=뉴시스> |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을 신임 경제수석으로 발탁하고, 안종범 현 경제수석은 정부 전반의 정책기능을 컨트롤하는 정책조정수석으로 이동시켰다. 경제정책을 좌우하는 핵심라인에 대표적인 측근 인사를 재배치함으로써 임기 말 친정체제를 더욱 강화하며 구조조정 등의 현안에서 정면돌파 의지를 다졌다는 평가다.
이원종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의 경우 행정전문가로서 임기 말 각 분야를 아우르는 관리형 비서실장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관가와 정치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4대부문 개혁과 구조조정 등 향후 경제정책 추진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권이나 당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측근을 임명했다"며 "정책적으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4·13총선 참패 등으로 정부여당의 추진력이 상실되면서 당장 정부가 한국경제의 백년대계로 삼고 추진 중인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논란에 구조조정이 그 시작부터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규제프리존법, 관세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이른바 경제활성화법안은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고, 공공·노동·교육·금융 4대 부문 개혁은 요원한 상황에서 이달 말 개원하는 20대국회는 여소야대 구도다.
이 뿐 아니라 한국경제는 전반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수출은 물론, 내수도 회복세가 미약한 실정이다. 고용에선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이 최고치를 찍은 이후 3월과 4월에도 두 자릿수대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에서 핵심 경제라인을 교체하며 지금까지보다 더 강하게 경제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 최측근 안종범·강석훈 카드로 정부 내 정책하모니 고려
강석훈 신임 경제수석과 안종범 신임 정책조정수석은 모두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각각 국정기획조정분과 및 고용복지분과 위원으로 활동하며, 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최측근이다. 임기 말 정책추진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 컨트롤타워 간 하모니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책조정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안종범 수석의 경우 대통령직인수위 때부터 현 정부의 복지, 경제, 조세 정책 전반에 관여해왔다. 19대 국회에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입성한 뒤에는 당 정책위 부의장 등을 맡다가 박근혜 정부 2년차인 2014년 6월 청와대 경제수석에 기용돼 현재까지 경제정책 전반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안 수석에게는 임기 말에 들어선 박근혜 정부의 경제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 전반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부여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신임 강 경제수석은 이번 19대 국회에서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는 등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활동했다.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및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위스콘신 3인방'으로 불리며, 당정청 간 가교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는 현 정부 경제라인 인사들과도 인연이 깊다. 현재 기재부 최상목 1차관과 송언석 2차관이 모두 강 수석과 서울대 82학번 동기다.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청와대 경제수석실로 가 있는 김철주 경제금융비서관과 송인창 기재부 국제금융관리관과는 대학은 물론, 경제학과 동기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과도 친하다.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으로 유 부총리가 7년 선배지만 사석에서는 '호형호제'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19대 국회 전반기에는 정무위원회에서 같이 활동했다. 학자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했고,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밑바닥부터 설계하는 데 깊이 관여해 왔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강 수석은 16일 뉴스핌과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임명 초기단계라 구체적인 정책방향에 대해서 언급하기 어렵다"며 "정권 후반기의 정책방향을 공조해야 하는 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이 상당하지만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언급할 수 없지만 염두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추진중인 산업별 구조정과 관련, 강 수석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경제활성화와 함께 구조개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며 "부실기업만 솎아내는 것이 아닌 산업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 구조조정 문제가 지나치게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이슈로만 부각되는 것을 경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강 수석은 과거 구조조정이 금융 위주였다면 지금은 산업 전반으로 봐야한다면서 기재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도 강조했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위 활동을 계속 했으니 우리 쪽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며 "정권 출범 당시부터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정부가)원래 하고자 했던 부분을 보다 강화해나갈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 관계자는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도 호흡이 좋다"며 "청와대에선 특히 대통령과의 관계 등이 영향을 많이 미치는데 유일호 부총리, 강석훈 수석, 안종범 수석 세 사람을 봤을 때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호흡이나 조율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