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60% 노후 자금 없어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65세 이상 고령에 일하는 미국인이 사상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닷컴버블부터 지난 부동산 버블 붕괴까지 수 차례의 금융시스템 위기와 경기 침체를 겪는 사이 은퇴 자금이 바닥을 드러낸 탓이다.
미국 전역에 중산층이 무너지는 상황이 데이터로 확인된 데 이어 경제 펀더멘털 하강과 삶의 질 저하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단면으로 해석된다.
달러 <출처=블룸버그통신> |
13일(현지시각)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 가운데 일하는 이들이 약 2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060년대 초 데이터가 공식 집계된 이후 최고치에 이르는 수치다.
베이비 부머들은 이미 수년 전 은퇴 시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들 중 27%는 최대한 장기간 직장 생활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12%의 베이비 부머는 은퇴 계획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도로 트랜스아메리카 은퇴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은퇴 시점을 늦추는 가장 커다란 이유로 돈 문제가 꼽혔다.
직장 생활을 계속 해 정기적인 소득을 벌어들이지 않으면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미국인 60%는 퇴직연금인 이른바 401(k)나 그 밖에 다른 형태의 노후 자금은 전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미국 정부 측의 조사에서는 401(k)의 혜택이 부유층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고령자의 은퇴 문제는 중산층이 총체적으로 흔들리는 상황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CBS 뉴스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미국 10개 대도시 지역 가운데 9개 지역에서 중산층이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인해 소득 불평등이 크게 고조된 데 따른 결과다.
물론 고령자들이 은퇴하지 못하는 데는 경제적인 문제 이외에도 다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가지가 고용자 측이 고령자 채용에 따라 얻는 이점이다.
업종에 따라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일부 경영자들의 얘기다.
이와 함께 연령이 높아질수록 고용 비용이 줄어드는 점도 경영자들이 고령자 채용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 밖에 일부 고령자는 은퇴 후 구체적인 계획이나 소일 거리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지는 한 일을 계속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소수는 직업에 대한 열정과 애착이 은퇴 시기를 늦추는 이유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