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찾는 시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우주에서도 활용…의사 생산성 30%↑
[뉴스핌= 이홍규 기자] '얼간이처럼 보인다', '사생활 침해다'며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은 스마트 안경이 산업과 의료 그리고 우주비행 분야에서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스마트 안경은 일종의 증강현실(AR) 기반의 웨어러블 기기로, 눈에 걸친 안경알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사용자가 필요한 앱을 이용할 수 있는 안경이다.
지난달 30일 자 이코노미스트 지 최신호는 "AR 장비가 산업현장을 장악하고 있다"면서 "이는 구글이 기업용 스마트 안경 업그레이드를 시도하고 있는 이유"라고 전했다.
지난해 구글은 '구글글래스'라는 이름으로 기기를 출시했지만, 사생활 침해 등 사회 문화적 반발에 따른 영향으로 소비자 대상 판매를 일시 중단한 바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스마트 안경을 두고 '글래스홀(Glasshole)'이라고 비난까지 했다. 글라스홀은 글라스(glass)와 애스홀(asshole)의 합성어다.
◆ 글래스홀? 엔지니어 사이에선 '인기'
구글 글라스 착용 중인 닥터 크로노의 마이클 누시마우 창립자 <사진=블룸버그통신> |
하지만, 이제 스마트 안경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엔지니어는 보통 기기의 데이터나, 관련 서류 등을 찾는데 작업 시간의 50%를 쏟아 붓는데, 이 AR 시스템을 통해 획기적으로 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기업의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작업장에서 AR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슈나이더의 AR시스템은 엔지니어가 착용한 스마트 안경(헤드셋)과 테블릿 컴퓨터 연결돼 있는데, 필요한 정보가 기기의 렌즈나 스크린 앞에 바로 나타나 작업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이미지 인식 기술과 장비에 붙여진 바코드를 통해 장비가 어떤 것인지 확인해주고, 적정 가동 온도와 보수 기록까지 알려준다. 헤드셋에 장착된 렌즈가 물체를 감지하면 엔지니어들의 눈앞에 바로 정보가 나타난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알랭 드디외 상하이 지역 부사장은 "이를 통해 정보를 찾는데 보내는 시간을 현재 수준의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엔지니어링 업체인 아이탬코(ITAMCO)도 스마트 안경을 작업 환경에 적용하고 있다. 엔지니어가 착용한 구글 글라스가 슈나이더의 스마트 안경처럼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탬코의 조엘 레이딕 기술자는 구글 글래스 헤드셋을 통해 "3~4명이 필요했던 작업을 단 2명으로 축소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스마트 안경' 작업장에서 우주까지
스마트 안경은 작업장뿐만 아니라 저 멀리 우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국제 우주 정거장(ISS)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활용하고 있다. 홀로렌즈를 낀 우주비행사가 영상을 지상에 실시간으로 중계하면 지상에 있는 기술자가 실시간으로 다시 지시하는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지상 운영팀은 비행사가 홀로렌즈로 보는 공간에 문자를 표시해 조언해준다.
스마트 안경 착용 중인 우주 비행사 <사진=CNET 유튜브 동영상 캡쳐> |
스마트 글래스가 의료 분야에 적용되면 의사들의 생산성은 획기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들은 더 이상 컴퓨터에 의존할 필요 없이 환자들만 보고서도 환자의 진료, 처방 기록 등을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 글래스 앱 개발업체 오그메딕스는 "AR시스템은 의사들의 생산성을 30% 이상 증가시킨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스마트 안경 등 AR시스템이 산업 전반에 효율성 증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유럽 기업들은 도입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몇 몇 노동 조합 단체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체들은 AR시스템이 노동자를 감시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스마트 글래스 가격이 비싼다는 점도 보편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인텔의 파트너사 중 하나인 다크리가 제작하는 스마트 헬멧의 가격은 약 1만달러(약 1139만원)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