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등 전망 후퇴…SC·씨티 "亞 대출수익 부진"
[뉴스핌=김성수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의 평가와 스탠다드차타드(SC)와 씨티그룹(Citi Group) 등 다수 글로벌 투자은행의 판단을 보면 신흥시장의 위험은 현재 진행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IMF는 지난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WEO) 보고서에서 다수 신흥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대거 하향 조정했다. 신흥시장은 자본 순유출 증가와 통화 가치 하락 압력 가중 등에 따라 국제수지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 전망치를 낮춘 배경으로 꼽았다.
◆ IMF "자본유출, 평가절하 압력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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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17년 선진국 및 신흥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자료=IMF> |
IMF는 특히 러시아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1.8% 위축될 것으로 전망, 지난 1월 전망치(1% 위축)에서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방의 경제 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작년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32%나 더 하락하면서 주요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 경제가 충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된 브라질에 대해서도 성장률 전망치가 종전의 마이너스 -3.5%에서 마이너스 -3.8%로 낮아졌다. 멕시코도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제시해, 종전보다 0.2%포인트(p) 낮췄으며, 나이지리아는 기존 4.1%에서 2.3%으로 1.8%p나 하향수정했다.
다만 중국의 경우 성장률 전망치를 6.5%로 0.2%p 높여잡았고, 인도는 7.5% 성장 전망을 유지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와 씨티그룹 등 신흥시장에 주력해온 주요 은행들도 해당 지역 리스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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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스탠다드차타드(SC) 주가 추이 <사진=블룸버그통신> |
◆ 글로벌은행들 "아시아 대출 실적 감소"
SC는 지난해에 15억2300만달러(1조8789억원) 적자를 기록해 1989년 후 처음으로 대규모 연간 손실을 냈다.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 악화, 원자재 가격 급락, 대출손실 증가 등으로 인해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았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특히 주요 아시아 국가에서 대출 관련 수익이 부진해, 기업금융 부문 순익이 전년보다 30% 줄어들었다. SC는 아시아 주요국 중에서 성과가 부진한 지역으로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꼽았다.
은행 측은 한국 SC은행에 대해선 소매(Retail) 금융 부문과 기업금융의 구조조정 선제 조치 외에도 사업구조 단순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SC는 신흥시장의 부실채권 자산을 처분해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 SC는 비소매 부문(Non-retail) 포트폴리오에서 부실채권 비중이 2014년 말에는 3.5%였으나 지난해 말에 5.5%로 증가했다. 특히 인도는 SC가 매각할 예정인 44억달러 규모의 아시아 부실채권 자산 중에서 약 25%를 차지하고 있어 주요 위험 지역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SC는 지난 2013년~2015년 사이 중국과 인도에서 영업 활동을 급격히 축소해 왔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말 963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등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씨티그룹도 신흥시장이 대출 포트폴리오의 40%를 구성하고 있어 신흥국 위험에 노출돼 있다. 씨티그룹의 지난 1분기 순익은 35억달러로 1년 전보다 27% 감소했으며, 매출은 175억6000만달러로 11% 줄어들었다.
씨티그룹은 이 기간 동안 신흥아시아 지역에서 소비자 대출 성과가 부진했으며, 특히 최대 소매금융시장인 한국에서는 소비자 대출이 연간 기준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씨티그룹이 지난 2월에 브라질·아르헨티나·콜롬비아 등에서 신용카드 및 소매금융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