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이번 달 중순 카타르 도하에서 회동하는 산유국들이 동결 합의에 실패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확산하면서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매도포지션(숏포지션)은 지난 29일 기준 7만5598계약으로 한 주 전보다 1만1167계약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숏포지션 증가는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그만큼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한 주 전 숏포지션은 9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반면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매수포지션(롱포지션)은 3647계약 늘어난 29만6614계약으로 집계됐다.
원유 채굴작업<사진=블룸버그> |
유가 하락 베팅이 다시 늘고 있는 것은 오는 17일 산유국들의 회동이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부왕세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산유국 중 어떤 나라라도 생산량을 늘리면 사우디 역시 그렇게 하겠다고 시사했다.
그의 발언은 이란이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산유국들의 회동이 원유 과잉공급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렀다.
최근 서방의 경제제재에서 풀려난 이란은 다른 산유국들과 원유시장 재조정을 고민하기 전에 우선 지난 2008년 이후 최대치인 하루 400만 배럴로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이란의 산유량이 하루 320만 배럴로 10만 배럴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마이크 위트너 원유시장 헤드는 블룸버그에 "사우디의 발언 이후 도하 회동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생각을 하는 투자자들은 이란 없이 동결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아무 의미 없다고 보고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씨티선물의 팀 에번스 애널리스트는 "산유국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조차 모르겠다"며 "사우디는 이란이 동참하지 않는다면 생산량을 동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란도 협조할 의사가 없는데 왜 한 방에 모여 회의를 하려는지 조차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난주 2월 중순 이후 첫 주간 기준 내림세를 기록한 WTI 유가가 배럴당 36.50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매도세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BN암로의 한스 반 클리프 에너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유가는 배럴당 36~37달러를 볼 것 같다"며 "사우디가 동결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으로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