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나홀로 사장’ 덕에 마케팅 없이도 잘 팔려
[뉴스핌=김기락 기자] 자영업자들이 주로 구입하는 현대자동차의 1톤 트럭 포터가 ‘0원 할인’에도 불구, 해마다 고속질주를 하고 있다.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저절로’ 판매되는 현대차의 효자 차종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포터만으로 약 1조5000억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포터 판매량은 1만21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올들어 3월까지 2만5944대 판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4% 증가했다.
포터는 지난 1987년 첫 출시 후 해마다 판매량이 증가했다. 최근 5년치 판매량은 2011년 9만9453대, 2012년 8만7308대, 2013년 9만2029대, 2014년 9만5698대로 늘며 지난해에는 9만9743대를 기록해 10만대 달성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현대차 가운데 연간 10만대 판매를 넘는 아반떼, 쏘나타 등과 함께 베스트셀링카다.
포터 판매 가격(2륜 구동 모델, 선택사양 별도)은 1440만~1680만원이다. 반면, 비슷한 가격대의 소형차 엑센트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40만원을 할인 받을 수 있다. 엑센트 가격은 1114만~1607만원(가솔린 1.6 모델, 선택사양 별도)이다.
이처럼 포터 판매량이 높은 이유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차를 살 때 포터 외에 사실상 대안이 없어서다. 포터는 현대차의 유일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모델이다. 회사 관계자는 “포터는 워낙에 잘 팔리는 차종이어서 공식적인 할인은 없다”며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할인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 입장에서도 포터에 대한 판매 고민이 적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특별한 마케팅도, 할인하지 않아도 저절로 판매된다는 이유에서다. 아이오닉 등 최근 신차에 전사적 마케팅을 집중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포터 외에 기아차 봉고 트럭과 한국지엠 다마스 등 차종도 할인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지엠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경차 쉐보레 스파크 구매 시 100만원 현금 할인 및 50개월 1% 할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기아차도 이달 모닝 구입 시 지난달 보다 20만원 늘린 100만원을 할인한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14년 자영업자수는 504만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489만명 보다 15만명이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연간 매출액이 5000만원 미만인 자영업자 비중이 57%로 가장 높았다. 전체 자영업자 중 87.6%는 상용종사자가 없는 ‘나홀로 사장’으로 조사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생계형 차는 경기 불황일수록 판매가 잘 되는 차”라면서도 “경차도 100만원에 달하는 할인을 해주면서 할인이 더 필요한 생계형 차 소비자에게 할인을 해주지 않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