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S 펀드로 뭉칫돈 유입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다음주 미국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인플레이션 헤지 거래가 대폭 늘어나 배경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고개를 든 데다 국제 유가 바닥 선언이 연이어 나오면서 특히 물가연동채권(TIPS) ‘사자’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불과 1개월 전까지만 해도 월가에서 외면 받았던 TIPS가 인기몰이를 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이 크게 바뀐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인상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가운데 나타난 것이어서 더욱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11일(현지시각) 소시에테 제네랄(SG)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4주간 미국 TIPS 관련 펀드로 뭉칫돈이 유입됐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자금 순유출을 기록했던 TIPS 펀드로 최근 4주 사이 약 7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연준이 주시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연율 기준으로 1.7% 뛰면서 약 3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물가 향방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달라졌다.
특히 국제 유가가 지난 2월 기록한 12년 최저치에서 탄탄한 반등을 보이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한풀 꺾였다.
이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가가 바닥을 통과했을 가능성을 언급, 상품 가격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이 완화될 여지를 제시했다.
이 같은 전망은 지난달 유가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는 데서 크게 반전한 것이다. 물가와 관련된 주요 지표에 대한 시장의 판단에 변화가 두드러지자 TIPS의 수요 역시 V자 반등을 이룬 것으로 해석된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골드만 삭스가 TIPS의 매수 투자의견을 폐지하는 등 월가에서 인플레이션 헤지를 주문하는 목소리를 듣기 어려웠으나 최근 상황은 크게 대조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TIPS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에서 더 이상 현금이 ‘왕’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얼레인 보코브자 소시에테 제네랄 자산배분 헤드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최근까지도 디플레이션 공포가 사상 최고조에 달했지만 투자 심리와 자산시장 전반의 여건이 크게 바뀌고 있다”며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TIPS 관련 펀드로 자금 유입이 활발하고,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아더 CRT 캐피탈 그룹 국채 전략 헤드는 “최근 들어 투자자들 사이에 단기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연준 정책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맥락의 발언이 수 차례 나왔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