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충격 선진국 은행 이어 보험업계 강타
중동 은행권 자금 조달 난항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구촌 금융업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중인 유로존과 일본부터 미국까지 선진국 은행이 수익성 악화와 유동성 위축에 고전하는 한편 극심한 저유가로 인해 중동 지역의 은행이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여기에 바젤III 시행을 앞두고 규제 강화까지 맞물리면서 은행권이 사면초과에 빠진 상황이다. 전례를 찾기 힘든 저금리는 보험업계와 자산운용업계도 강타한 것으로 확인, 금융권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맨해튼의 금융권 <출처=블룸버그통신> |
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 파이낸셜과 메트라이프, 링컨 내셔널 등 미국 3대 보험사의 주가가 연초 이후 10~20%에 달하는 낙폭을 기록한 한편 내재가치보다 30% 저평가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 상대적인 안정성을 지닌 것으로 통하는 보험주가 은행 섹터와 함께 홀대를 받는 것은 극심한 저금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사들은 고객들의 자금을 주로 장기물 우량 회사채나 국채에 투자해 운용한다. 최근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 아래로 떨어진 것을 포함해 미국과 독일 등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 보험 업계의 자금 운용 및 수익 창출이 커다란 난관을 맞았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보험사의 대차대조표에서 만기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의 비중이 60~80%에 이르는 실정이다. 이들 상품이 제시한 수익률은 평균 2~4%다.
현 수준의 수익률로 장기물 채권을 매입해 고객들에게 약속한 수익률을 창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스콧 로빈슨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상당수의 보험 상품은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한 투자 자산을 찾는 일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사들은 보험사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자산 건전성을 더욱 크게 해칠 것이라는 경고다.
유럽 은행주가 올 들어 반토막에 이르는 주가 하락을 기록했고, 미국 은행권 역시 극심한 ‘팔자’에 시달린 데 이어 패닉이 보험업계로 번지는 양상이다.
중동 지역 은행은 저유가로 인해 홍역을 치르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던 국제 유가가 18개월 사이 30달러 선으로 폭락하면서 산유국의 재정과 실물경제가 일격을 맞았고, 파장이 은행권의 숨통을 조여 들고 있다.
이 밖에 주식시장의 급락과 채권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인해 주요 은행들의 신규 자금 조달이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연초 십여 개의 은행이 자본 비율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금 조달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 헸으나 계획이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예정대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크게 상승한 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자금 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카타르 이슬라믹 뱅크(QIB)의 세이크 자심 빈 하마드 알 타니 회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유가 하락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채권 수익률이 높아졌고, 여기에 시장 변동성이 크게 상승하면서 자금 조달이 사실상 가로막혔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