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유동성 '마른다' 트레이더 울상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세계 주요 통화가 표류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통화 가치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는 금리와 연결고리가 끊어졌기 때문.
최근 마이너스 금리에 이르기까지 각국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초래한 결과로 풀이된다.
환율과 금리의 함수관계가 깨진 데 따라 외환시장의 외형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외환 트레이더들은 극심한 유동성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달러화와 유로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단행에도 엔화 가치가 상승, 정책의 실패라는 비판이 쏟아진 것은 새롭지 않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주요국 통화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국가간 금리 차이를 근간으로 형성됐다.
금리가 강아지의 몸통이라면 환율은 꼬리에 해당한다는 것이 두 가지 시장 지표의 원론적인 관계다.
금리가 환율을 결정하는 축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비트라지 여건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가령,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 특정 국가의 금리가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을 때 투자자들은 금리가 낮은 국가의 통화를 매도한 뒤 자금을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을 필두로 통화 가치와 금리의 전통적인 역학관계에 균열이 발생, 주요국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엔화 이외에 미국 달러화와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 등 글로벌 주요 통화가 일제히 금리라는 닻에서 분리된 실정이다.
25일(현지시각)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각국의 금리 차이가 환율을 결정한다는 기본적인 경제 원리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금리와 급격한 괴리를 보이는 통화가 다수에 이른다”고 전했다.
달러/엔 환율과 美-日 금리 스프레드의 탈동조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와 관련,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제 펀더멘털에 반응하지 않는 상황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리부터 주식과 신용 등 주요국의 금융 지표가 전통적인 궤도를 이탈한 데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 회피 심리가 크게 고조됐고, 여기서 원칙을 벗어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가장 직접적으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외환시장의 트레이더들이다. 환율이 예측할 수 없는 급등락을 보이는 데다 전반적인 거래가 위축되면서 IB 업계의 외환 딜러 감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이애미에서 24일 열린 트레이드 테크 FX 컨퍼런스에 모인 트레이더들은 무엇보다 외환시장의 유동성 위축을 크게 우려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 일 평균 5조6000억달러에 달했던 외환시장의 거래 규모는 지난해 10월 4조6000억달러로 18% 급감했다.
콜린 크라운오버 스테이트 스트리트 외환 헤드는 25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변동성은 물론이고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다”며 “가뭄에 땅이 갈라지듯 유동성이 말라가고 있다”며 상황을 전했다.
사이먼 데릭 BNY 멜론 외환 전략가는 이날 CNBC와 인터뷰를 통해 “최근 금으로 시중 자금이 몰려드는 것은 과거 1990년대 외환위기 상황에 대한 기억을 되살아나게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