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미용실 등 공급자 수익 보장해 명분 얻고 저항 '최소화'
[뉴스핌=이수호 기자] 카카오가 사업확대의 또다른 키워드로 상생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신사업 핵심인 O2O 서비스 확대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인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경쟁업체들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한 포석이다.
3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 중인 대리운전 사업에서 기사 보험료 전액을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동부화재와 KB손해보험과 업무 협약을 맺고 협조 체계를 구축한다.
현재 대리운전 기사들은 운행수수료 외에도 연 평균 100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별도로 납부하면서 기존 대리운전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높은 상태다. 운행수수료 역시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기존 업체들과의 계약 관계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운영될 공산이 크다. 버는 돈의 절반 이상을 떼어주는 대리기사들의 불합리한 처우를 카카오가 극복해주겠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1분기 중 예정돼 있는 카카오드라이버 기사회원 등록 신청 시, 높은 호응을 이끌어 내 기존 대리운전 중계업체들의 저항을 극복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골목상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기존 업체들에 대응하기 위해 대리기사들의 마음을 얻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이 같은 전략은 다른 사업 부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카카오는 지난 1월, 광고 전용 플랫폼인 카카오게임 AD+를 출시하고 중소 게임사들에게 입점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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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전국대리운전연합회가 판교 카카오 사옥에서 대리운전 시장 진출 반대 시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이수호 기자> |
주력 캐시카우인 게임 매출을 광고를 통해 얻는 동시에, 중소업체들의 마음을 잡아 제2의 '카카오 키즈'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카카오를 이탈해 독자 출시하는 탈카카오 현상을 극복하면서 대형사 위주로 고착된 게임 생태계을 바꿔보겠다는 김범수 의장의 의지가 깔렸다.
이외에도 농산물 O2O인 카카오파머와 지난해 3월 출시된 카카오택시, 주문생산플랫폼인 메이커스위드카카오 모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중간 과정을 대체하면서 발생하는 기존업체들의 반발을 상생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는 모습이다.
특히 카카오는 소셜임펙트 부서를 신설해, 김 의장의 복심이라 불리는 홍은택 수석부사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카카오의 플랫폼 역량을 활용하는 동시에, 상생을 꺼내들 수 있는 사업군을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향후에는 농업과 교육 분야 등에서 신사업을 발굴하는 역할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가지 내수 사업을 동시에 벌리다보니, 기존 업체들의 반발에 대항하기 위해 상생의 명분을 내세우는 것"이라며 "다만 대리운전과 미용실은 기존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분야인 만큼, 콜택시처럼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