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환율 등 경영환경 악화…노사 갈등 조기 해결할지 주목
[뉴스핌=송주오 기자] 대한항공의 조종사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조원태 부사장도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월 총괄 부사장으로 경영 보폭을 넓힌 부사장이 조종사 노조 파업이라는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조종사 노조와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조 부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조 부사장은 올초 여객·화물 영업 및 기획부문 담당에서 총괄 부사장에 선임되며 역할과 책임이 강화됐다. 총괄 부사장으로써 이번 노사 갈등을 책임져야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사측과 조종사 노조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대한항공> |
대한항공은 지난 24일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조종사 노조의 쟁의행위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서울 강서경찰서에 조종사 노조 위원장과 집행부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사측은 조종사 노조가 쟁의행위 과정에서 위법성을 저질렀다며 부당함을 강조했다. 앞서 사측은 규정 위반을 이유로 운항을 거부한 기장에 대해 대기발령을 내렸다.
이에 맞서 조종사 노조는 이날부터 1박2일 동안 진행되는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향후 투쟁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논의에 따라 실제 파업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사측이 법적 대응하면서 조종사 노조가 강경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노사 갈등은 지난 19일 조종사 노조와 조종사 새노조 조합원이 파업 찬반 투표에서 과반수인 1106명(총 1845명)의 찬성표를 얻고나서 더욱 커지게 됐다.
양측 갈등의 핵심은 임금 인상폭에 있다. 지난해 조종사 노조는 37%의 임금 인상을 요구해왔고, 사측은 1.9% 인상안(기본급+비행수당)을 내놨기 때문이다.
노조는 파업 전이다. 다만, 투쟁명령 1, 2호를 공지해 정시출근과 항공법위반 운항 거부, 조합원 가방에 투쟁 스티커 부착 등 준법투쟁을 독려하고 있다. 합법적인 투쟁을 하면서 그 수위를 높이며 사측을 압박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노사 갈등은 조 부사장이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대한항공 경영 총괄을 하는 데다, 부친인 조양호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대외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만큼, 조 부사장이 조종사 노조 이슈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조 부사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조종사 노조 문제 외에도 환율과 부채 등 조 부사장이 챙겨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올 들어 달러/원 환율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손실 증가와 해외여행객 수요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24일 종가 기준 1234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00원 이상 올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달러당 10원 오를 경우 900억원 가량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또 환율 상승은 여행비용 부담을 높여 해외여행객 수요 둔화를 불러온다.
높은 부채비율도 부담이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1052%(작년 9월 기준)으로 2014년 말 966.06% 보다 상승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 입장에선 파업 유무가 실적 악화를 좌우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2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으나 환율 등 악재로 인해 7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적자폭이 53% 더 커지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여객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등 힘든 상황이다"며 "조 부사장이 조종사 노조 문제에 있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