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투표 결과 인정 안해…노조, 수위 높일 것
[뉴스핌=김기락 기자]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파업 찬반 투표가 가결되면서 대한항공의 위기가 현실화로 치닫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파업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수위를 점차 높이기로 했다. 사측은 투표 결과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등 강경한 자세로 일관, 파업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KPU)는 2015년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조합원 917명과 대한항공 조종사새노동조합(KAPU)소속 조합원 189명이 찬성표를 던져 총 1106명으로 과반수를 넘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서울지방노도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과 함께 이날 파업 투표가 가결된 만큼,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파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대한항공 노사는 임금을 두고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왔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37% 임금인상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총액 대비 1.95% 인상안(기본급·비행수당)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 대한항공, 투표 결과 인정 안 해…“무노동·무임금 원칙 적용할 것”
대한항공 측은 이날 투표 결과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투표 절차상 위법성이 있는 만큼, 공정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실제 쟁의행위 발생 시 법규에 따라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1조 및 조종사노조 규약 제52조 규정에 따르면 쟁의행위 찬반투표 진행 시 ‘투표자 명부’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면서 “하지만 조종사새노동조합 조합원 투표자 명부 없이 불법으로 진행했으므로 새노동조합 조합원의 찬반투표는 무효이며, 이를 제외하면 전체 조합원 과반수에 미달하여 부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쟁의행위 발생 시 법규에 따라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며 “안전운항 저해 및 법령/기준 위반 행위가 발생할 경우 사규에 따라 엄격히 조치하는 한편 회사 손실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까지 물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조종사 노조의 제반 쟁의행위를 대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는 한편, 실제 쟁의행위 발생 시 항공편 운항 차질에 따른 승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 노조 조종사를 적극 투입하는 등 안전 및 정상운항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대한항공 본사<사진=대한항공> |
◆ 노사간 갈등 불거질지 주목…실제 파업 시 노사 모두 손실
관련 업계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쟁의행위를 가결함에 따라 노사간 임금협상 갈등이 한층 불거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비행 중단 등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는 항공 산업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된 만큼, 국제선 80%, 제주노선 70%, 국내선(제주 제외)은 50%의 운항을 필수적으로 유지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쟁의행위 중간에도 회사와 대화는 끊임없이 해 나갈 것이며 순차적으로 수위를 높여 법으로 보장된 단체행동을 통해 모두의 이해를 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실제 파업에 나설 경우, 2005년 이후 11년 만에 파업이 되면서 노사 모두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저유가 임에도 불구하고, 저비용항공사(LCC) 등으로 인한 운임하락 등 이중고에 시달려온 대한항공 입장에선 파업 유무가 실적 악화를 좌우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2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으나 환율 등 악재로 인해 7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적자폭이 53% 더 커지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항공사와의 경쟁 심화 및 환율 악재 등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조종사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노사 손실과 함께 국적항공사의 이미지 추락 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