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 대비 우량 회사채 수익률 스프레드 확대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미국에서 비교적 안전한 시장으로 여겨지던 우량 회사채 부문이 붕괴 위험을 갖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헤지펀드들이 4조5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우량 회사채 시장 붕괴에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소재 페리 캐피탈을 비롯한 헤지펀드들은 미국 우량 회사채 시장이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과 금리 인상 등에 취약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들 채권 약세에 베팅하고 있다.
<출처=블룸버그> |
이는 올해 미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시장 혼란으로 인한 영향이 에너지나 정크본드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움직임으로, 작년 가을 정크본드 시장이 출렁일 때만 하더라도 안정적 흐름을 보이던 우량 회사채 시장은 최근 몇 달 사이 상당한 하락 압력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 우량 회사채 수익률과 미국채 수익률 간 스프레드는 2012년 6월 이후 처음으로 2%포인트를 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수록 벌어지는 수익률 스프레드는 그만큼 우량 회사채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가장 부진한 성적을 보인 케이스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로, 지난 4분기 순익이 38% 급감한 것으로 발표된 뒤 미국채 대비 50년만기 회사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6%포인트로 세 배 정도 벌어졌다.
회사채 부도위험을 보여주는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도 상승 추세로, 우량채인 AT&T의 1억달러 규모 회사채에 대한 연간 CDS 프리미엄은 110만달러 정도로 12월 이후 3분의 1이 올랐다.
WSJ는 헤지펀드의 판단이 맞다면 이는 미국 경기 건전성에 대한 우려스러운 신호를 보낼 수 있는데, 채권수익률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그만큼 기업들의 채권 발행 비용은 높아져 신용 공급 및 경제 성장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클레이즈 리서치에 따르면 신용등급 회사들도 향후 2년 안에 정크 수준으로 등급을 강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채 규모도 1550억달러에 달하며 상품시장 상황이 추가로 악화된다면 해당 규모는 2000억달러로 늘어날 수도 있다.
다만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도 4.9로 하락하며 2008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아직까지는 미국의 경기 둔화가 임박했다는 신호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루미스 세일스 투자등급채 뮤추얼펀드 매니저 브라이언 케네디는 "미국 소비자부문도 견실하다고 생각한다"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분수령을 올해 맞이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