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장자 자사주 매입 지나쳐…기업 투자 기회 제한"
고프로, 자사주 평균 매입가보다 60% 폭락
[뉴스핌= 이홍규 기자] 자사주 매입을 적극적으로 한 미국 상장사 주가가 최근 되레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나친 단기 성과주의에 빠진 주주환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4일 자 마켓워치는 최근 미국 기업들이 내놓는 실적마다 예상치를 밑도는 등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데도 자사주 매입 발표는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이는 기업의 성장성을 바라보고 투자한 주주들에게 나쁜 소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나친 자사주 매입 행위가 기업의 투자 기회를 제한하고 경영 성과를 희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리서치 업체 인사이더스코어의 벤 실버맨 부사장은 "기업의 주주 환원책, 특히 자사주 매입은 경영진들의 무능함을 감추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윌리암 라조닉 경제학과 교수는 "자사주 매입 비용이 재투자를 제한하고 일자리 안전성을 해칠 수 있다"면서 "이는 나아가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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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상장 기업 기준, 자사주 매입 배당금 규모 <자료=마켓워치> |
투자 리서치업체 애란스의 집계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3분기 주주들이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얻은 수익은 총 2457억달러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선 해의 같은 기간보다 4.9% 증가한 수치다.
애란스는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곧 조 단위의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사주매입에는 경영진의 주가 부양 의지 외에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압력, 스톡옵션 등 성과보수제도 역시 영향을 미친다.
라조닉 교수는 "2014년 미국 500대 상위 기업 임원 보상책을 살펴본 결과, 78%가 스톡 옵션 등의 보상을 받았다"면서 "이럴 경우 경영진들은 자사주 매입과 같은 정책을 통해 주가를 올리려는 유인이 기본적으로 생긴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으로 인한 주가 상승은 대부분 단기적으로 끝나거나 오히려 매입가보다 주가가 더 낮아지는 경우도 있어, 투자자나 회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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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 이후 고프로 주가 추이 <자료=마켓워치> |
지난 4분기 동안 총 3560만달러 가량 자사주를 사들인 고프로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순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히자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20% 폭락하며 10달러 부근에서 거래됐다. 앞서 회사가 사들인 가격은 평균 23.05달러였다.
애플 역시 지난해 4분기까지 5개월동안 주당 평균 117.48달러에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현재 주가는 이보다 17% 낮은 96.6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실버맨 부사장은 "이러한 최근 양상은 자사주 매입 욕구를 떨어뜨릴 것"이라며 "시장은 회사가 경영을 잘했는지 여부로 평가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