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속 정제마진은 높아져..올해 영업이익도 10~20% 증가 전망
[뉴스핌=김신정 기자, 민예원 기자] 저유가 한파 속에서도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이 호실적을 기록했다. 정제마진(제품가격에서 원료가격 뺀 차이)이 높아진 덕분이다.
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총액은 약 4조8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2013년 유가급락으로 동반 적자를 기록했던 정유사들은 공급과잉 완화 및 수요증가로 정제마진이 높아진 덕에 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둬 들였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지난해 영업이익 1조9803억원을 기록해 지난 2011년 이래 역대 두번째 최고 성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유가하락 영향으로 전년 대비 26.6% 감소한 48조3599억원에 그쳤다.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실적은 영업이익 3073억원, 매출 10조8686억원이다.
앞서 에쓰오일도 4년만에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영업이익 8775억원, 매출 17조8903억원, 당기순이익 676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70억원, 매출은 3조94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4분기 연속 흑자행진이다.
다만 지난 4분기 들어 국제유가가 더 떨어지는 바람에 원유를 미리 사들인 양만큼 손실(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해 정유사들의 이 기간 실적은 다소 하락했다. 에쓰오일은 지난 4분기 재고평가손실이 2500억원에 달했다. SK이노베이션도 재고평가손실(2500억원)비용 반영 등으로 4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566억원이나 감소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305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다. 매출은 28조3392억원으로 전년대비 29.6% 감소했다.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은 2088억원을 기록해 전년도익대비 흑자전환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원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고손실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정유제품 마진을 바탕으로 실적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4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현대오일뱅크도 호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오일뱅크는 매출 13조원, 영업이익 6300억원 규모의 실적을 거둬 14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정유부문에서 5%에 가까운 업계 최고의 영업이익률이 예상된다.
이 같은 정유사들의 호실적은 지난해 정제마진이 높았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통상 배럴당 5달러 정도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는데, 지난해 하반기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은 배럴당 6달러대를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다 보니 원료가격은 떨어져 정제마진이 높아졌고, 소비심리도 살아나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정유사들의 수익이 증가한 것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사 실적이 줄어든다는 통념에서 벗어난 것이다.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
이 때문에 국내 정유사 직원들은 올 초 두둑한 보너스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말 이미 기본급 500%의 성과급을 지급했고, 에쓰오일은 사외이사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할 사안으로 이달 중으로 의사결정이 날 예정이라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중으로 700% 성과급+@를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SK이노베이션은 주주환원정책 일환으로 올해만 특별히 배당금도 사상 최고 수준인 4800원으로 결정했다.
정유사들의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정유업계는 지난해와 같은 국제유가 기조가 지속된다면 올해 이 같은 실적 호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저유가 기조는 올해에도 유지되다가 연말소폭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제마진은 저유가에 따른 가솔린 수요 증대 효과로 안정적인 추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올해 정유 4사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약 10%~2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