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황경차·고급차 시장 진출…토요타 벤치마크
[뉴스핌=송주오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토요타·렉서스 넘어서기'를 새 전략으로 삼고 있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부터 대중차 브랜드인 현대·기아차까지 각각 렉서스와 토요타를 경쟁자로 지목하고 있어서다. 목표 설정을 통해 후발주자로서 부족한 이미지를 상승시키고,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올뉴 K7의 경쟁 모델로 렉서스 ES350을 꼽았다. 황정렬 기아차 전무는 전날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올뉴 K7 출시행사에 참석, "렉서스 ES350을 경쟁 차종을 설정했다"면서 "렉서스의 키워드는 조용함인데 올뉴 K7은 이보다 높은 수준의 정숙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토요타 아발론을 경쟁 모델로 삼았다. 국내와 해외 경쟁모델로 토요타그룹 모델을 겨냥한 것이다. 이 보다 앞서 지난 14일 출시한 현대차의 첫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경쟁 모델은 토요타 프리우스다.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차의 대명사로 지난 1997년 첫 출시된 이후 누적 판매량이 350만대에 달한다.
이로써 현대·기아차에서 올해 나온 두 차종이 모두 토요타그룹 차량을 타깃으로 한 것이다.
여기에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다.
올뉴 K7은 정숙성을 강조하기 위해, 아이오닉은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부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경쟁 모델로 삼은 것이다. 과거 개선된 주행성능을 돋보이게 하려고 폭스바겐, BMW 등의 모델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펼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번째 목표도 렉서스다.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태생적 구조의 비슷함과 성공적으로 고급차 시장에 안착한 렉서스의 성공 스토리를 참고해 고급차 시장 안착을 노린다.
전략도 비슷하다. 제네시스는 플래그십 모델 EQ900(해외명 G90)을 통해 미국 소비자와 첫 상견례를 한다. 렉서스는 지난 1989년 4.0ℓ 8기통 엔진을 장착한 LS400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해 정숙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제네시스도 플래그십 모델로 정숙함과 고급스러움을 부각시키려는 복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와 토요타의 경쟁 관계는 성장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2009년 11%, 2010년 23.8%, 2011년 14.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판매 800만대 돌파의 초석을 마련한 시기이다. 같은 기간 토요타는 2009년과 2010년 각각 전년대비 15.1%, 4.4%의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1.0%, 0.6% 소폭 상승에 그치며 정체기에 머물렀다.
아울러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 컨슈머리포트에서 조사한 신뢰할만한 브랜드 1, 2위를 각각 렉서스, 토요타가 차지했다. 현대·기아차는 토요타의 강력한 경쟁자라는 이미지 구축만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9위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와 토요타(렉서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아반떼의 경쟁 모델이 코롤라일 정도로 양사 간 접점이 많다"며 "제네시스 출범으로 고급차 영역으로 경쟁이 확대된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양사의 경쟁 구도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