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조정국면…4Q 실적·FOMC 등 주시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세계 증시 흐름을 보여주는 MSCI 전세계주가지수가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지며 공식 '약세장(bear market)'에 진입했다.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뉴욕 증시도 약세장 진입이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2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증시가 베어마켓 영역에 발을 들였으며 미국 증시도 불마켓 동력이 완전히 바닥났다고 평가했다.
MSCI 전세계주가지수 <자료=MSCI> |
MSCI 지역별 주가지수 현황(2016년1월20일 기준) <자료=MSCI> |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진 국제유가와 중국의 경기 둔화를 둘러싼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MSCI 전세계지수는 이날 한 때 3.3% 하락하며 2013년 6월 이후 최저치까지 밀렸다. 지난해 고점 대비 낙폭은 20% 넘게 확대됐다.
중국과 독일 증시는 이미 약세장에 진입한 상태이며 JP모간 이머징통화지수가 사상 최저치로 밀리고 이머징마켓 증시도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로 급락하는 등 시장 전반이 '검은 수요일'을 보냈다.
미국 증시는 3대지수가 지난 고점 대비 10% 넘게 빠진 상태로 기술적으로는 '조정' 국면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시장 패닉의 원인이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추가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나 경제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다우존스 운송지수는 이미 베어장으로 진입한 상태다.
블랙록 포트폴리오 매니저 피터 스타우르나라스도 "유가가 바닥을 찍고 달러도 안정돼야 한다"며 "저유가 때문에 올해 두 자릿수의 실적 성장세도 기대하기 어려운데 악재가 계속 나온다면 이제껏 이어졌던 미 증시 불마켓 지속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컨버젝스 전략가 니콜라스 콜라스는 "아직은 (미 증시가) 베어마켓이 아니다"면서, 다만 경제나 실적 성장세, 주가수익비율(PER) 개선 등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고 연준 정책 불확실성이나 유가 약세 지속 등이 시장 전망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티 로우 프라이스 포트폴리오 매니저 조 파스는 "(미 증시에 대해)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정상적인 조정 국면으로 봐야 할지 약세장 진입으로 여겨야 할지 판단이 잘 안 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4분기 실적 결과와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유가 흐름 등을 쭉 지켜봐야 하겠지만 불안한 시장은 호재보다는 악재를 더 주목할 것으로 보여 어두운 시장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한편, 20일 뉴욕 증시가 장중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후반들어 빠르게 낙폭을 줄인 것을 놓고 투자전문가들은 '겨울이 봄을 데리고 온 것 아니냐'는 희망섞인 진단을 내놓았다.
운더리치증권의 아트 호간 시장전략가는 "러셀지수와 일부 모멘텀 종목에서 매수세가 유입됐고, 바닥에서 추가 매도세가 소진되는 모양이었다"고 이날 분위기를 전했다. 약세장에 진입해있던 러셀2000지수는 이날 소폭 반등하며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약보합으로 선방했다.
S&P500 지수는 1820선 지지력을 시험했는데, 이후 1870선까지 반발했다. 기술적 분석가들은 이 선이 붕괴되면 지수가 1700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은 상태였다.
업종별로 보면 바이오테크업종지수가 2.65% 급등했다. 저유가 영향으로 항공업종도 1% 넘게 상승했고 운송업종도 소폭 올랐다. 필라델피아반도체업종지수가 0.65% 상승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