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대책 계획 하루만에 번복…법제화 이전 대책방안도 논란
[뉴스핌=조인영 기자] 제주항공이 안전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발표한 안전대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저비용항공사(LCC)로서는 드물게 과감한 투자계획을 밝혔으나 바로 다음날 발표 내용을 번복한 것이다. 또 국내 도입이 이뤄지지 않은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성급히 내놓은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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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주항공> |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11일 운항 안정성을 고도화하기 위해 총 35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3월까지 200억원을 투입해 항공기 예비엔진 2대를 구매하고, 하반기에는 조종사 모의훈련장치(SIM) 도입에 150억원을 투자한다. 투자 규모만 작년 상반기 영업이익(300억원)을 넘어선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 8일 국토부가 주관한 'LCC 긴급 안전점검회의' 이후 비롯된 것으로, 국토부는 제주항공의 여압장치 이상, 진에어 출입문 문제 등 LCC들의 끊임없는 항공안전장애 발생을 문제 삼았다.
이에 LCC들은 안전대책으로 조직개편, 안전포상제, 담당책임제 강화 등을 내놨다. 이들이 주로 제도개선으로 해결방안을 찾은 것과 달리 제주항공은 구체적인 투자계획과 액수를 밝히면서 타사들과 차별성를 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다음날인 12일 제주항공은 투자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앞서 구입하겠다고 밝힌 조종사 모의훈련장치(SIM)에 대해 제주항공은 "도입 검토중"이라며 미확정 공시를 냈다.
예비엔진 구매 대수도 정정했다. 제주항공은 예비엔진 구매 대수를 2대가 아닌 3대(2대 기구입)로 정정했다. 투자금액(200억원)은 동일해 대당 엔진가격이 줄어들게 됐다.
제주항공은 안전대책 중 하나로 피로관리시스템(FRMS)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FRMS는 근무·휴식시간과 교대 스케줄 등을 점수화해 조종사들의 피로도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은 제도로, 국토부 주관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연구용역이 진행중이다. 법제화까지는 최소한 3~4년을 기다려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피로데이터 책정을 위해 내년까지는 연구용역을 실시할 계획으로, 법제화는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사에서 자체적으로 FRMS를 도입한다는 것은 법제화 이전임을 감안하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선 제주항공의 안전대책 발표가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예비엔진 구입이나 조종사 모의훈련장치 도입 등은 수리 효율을 높이고 직원들의 업무를 향상시킨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해 안전대책을 발표했으나 오히려 혼란만 야기시킨 측면이 있다"며 "발표한 내용들은 대다수 항공사들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무리한 계획 보다는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로 신뢰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