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 후 정부 투자 주도..기업 등은 위축
소규모 자영업자,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밀려 비중 축소
재고자산 GDP 대비 비율 반등..주요국 대비 높아
[뉴스핌=정연주 기자]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재산, 즉 국부(國富)가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투자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선 정부의 순자산이 몸집을 크게 불렸지만 기업과 가계 등의 자산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국민대차대조표 시계열 연장 및 공표 항목 확충'에 따르면 국민대차대조표를 소급 연장한 결과 우리나라의 국민순자산(國富에 해당)은 2008년말 8118조5000억원에서 2013년말 1경1039조2000억원으로 기간중 36% 증가했다.
국민대차대조표는 지난해 5월 처음 발표됐다. 이번 통계에서는 기존 국민대차대조표의 시계열을 현행 2012년 이후에서 2009년 이후로 소급연장했다. 또한 제도부문별로만 공표하고 있는 재고자산을 경제활동별(총 30개 산업)로도 신규 작성했으며 통계 전체의 상위분류를 신설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GDP 대비 국민순자산은 금융위기였던 2008년말 7.4배에서 2013년말 7.7배로 상승했다. 2009~2013년중 생산자산이 34.4% 늘어났으며 이중 고정자산 34.5%, 재고자산 33.7% 각각 증가했다.
비생산자산의 경우 토지자산이 지목변경 등의 영향으로 35.5% 늘어났고 지하자원 및 입목자산이 각각 14.9%, 84.3% 증가했다.
제도부문별로 보면 정부 자산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순자산은 2008년 이후 일반정부가 40.0%로 가장 크게 증가했으며 가계 및 비영리단체(37.7%), 비금융법인기업(26.5%), 금융법인기업(5.6%) 순으로 늘었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렸지만 상대적으로 기업 투자는 위축된 것이다. 정부 보유 토지의 가격이 급등한 영향도 일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각 경제주체의 순자산이 국민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일반정부(+0.8%p)와 가계 및 비영리단체(+0.7%p)가 상승한 반면 비금융법인기업(–0.9%p) 및 금융법인기업(–0.6%p)은 하락했다.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 감소세도 이번 통계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이 0.7% 증가했으나 비금융자산의 경우 2.1% 감소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에는 독립된 계정체제를 갖추고 있지 않은 소규모 자영업자도 포함된다.
한은은 "순자산이 증가한 것과 달리 비금융자산이 감소한 것을 보면, 법인으로 분류되는 대기업의 프랜차이즈가 골목 상권을 장악하면서 소규모 자영업자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료=한국은행> |
또한 이번에 신규 작성된 우리나라 재고자산의 GDP 대비 비율은 1970년 32.1%에서 1980년 41.2%로 높아진 후 꾸준히 하향 추세를 보였으나 2003년부터는 완만하나마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재고자산은 2002년 GDP 대비 17.3%의 최저 수준에서 2013년 22.5%로 상승한 가운데 2008년 이후에는 22% 부근에서 횡보하는 모습이다.
한은은 "1970년 이후 교통과 통신의 발달, 무역자유화 확대 등으로 재고자산 유지의 필요성이 낮아졌으나 2003년 이후에는 지정학적 위험 확산,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완만하나마 동 비율이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경제활동별로는 농림어업 재고의 비중이 크게 축소된 가운데 1990년대 이후 광업․제조업과 도소매업의 재고 비중이 75%를 상회했다.
농림어업 재고는 1970년 전체 재고자산의 42.8%를 차지했으나 1990년 9.9%, 2013년 6.0%로 급격히 축소됐다. 광업 및 제조업 재고는 1970년 29.6%에서 1990년 44.4%, 2013년 57.8%로 그 비중이 급속히 확대됐다.
도소매업 재고는 1970년 17.0%에서 1990년 29.3%, 2013년 23.5%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건설업 및 부동산임대업 재고는 사회기반시설 구축, 국내 부동산 경기상황 등에 영향을 받으며 변동했다. 해당 재고는 시멘트 등 원재료와 미분양주택 등이 해당된다. 비중이 가장 높았던 때는 1982년(약 15%)이었다.
한은은 "미분양 주택이 2009년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2015년에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돼 재고 비중이 하락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재고자산의 GDP 대비 비율은 OECD 주요국과 유사한 변동 패턴을 보이면서도 그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됐다. 해당 비율이 높은 나라는 슬로바키아나 체코 등 체제전환국이 다수다. 체제전환국은 상대적으로 서비스업 발달이 더디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재고수준이 높은 것은 재고보유 필요성이 높은 제조업과 수출입의 GDP 대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통계의 새 집계 결과는 내년 6월 14일 발표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