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 76%가 원금보장형 '보험'…이번 규제에선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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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우수연 기자] 내년부터 정부가 개인연금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원금보장형 연금 신탁의 신규 가입을 제한한다.
하지만 정작 원금보장형 연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금보험'이 이번 방안에서 빗겨나있어 보험사만 반사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연금자산의 효율적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서 특히 세간의 이목을 끈 내용은 '원리금보장 연금신탁의 신규 가입 제한'이었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신탁은 원금보장(손실보전)이나 이익보장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신탁 본연의 취지에 맞게 바로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금자산에 원금보장형 신탁 대신 수익형상품 편입을 확대해 연금운용의 다변화를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즉, 연금자산을 원금보장형 상품에 묶어두기보다 좀 더 공격적인 자산에 투자해 장기수익률을 올리겠다는 얘기다.
◆ 세제혜택 연금저축 中 '76%' 원금보장형 보험
하지만 우리나라 개인연금에서 원금보장형 상품은 대부분 보험에 쏠려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가입 제한이 주로 은행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세제적격(세액공제) 연금저축의 76%가 '연금보험' 상품에 묶여있다.
한 증권사의 연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연금자산을 자본시장으로 끌어오게 하기 위해서 원금보장형 상품을 줄이는 쪽으로 유도를 하고 있는데, (세제적격) 연금저축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연금보험을 제외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그는 "원금보장형 신탁 가입을 제한하면 결국 이 수요는 보험사로 흘러가는 것 아니겠냐"며 "이번 방안의 반사이익을 자본시장이 볼 지 아니면 보험사가 볼 지는 두고봐야 알 일"이라고 언급했다.
은행권의 또다른 연금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 같은 대형 보험사에는 정책 대응팀이 따로 있을 정도로 조직적인 정책 대응이 가능하다"며 "은행권에는 정보를 제공하고 업권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조직도 없을 뿐더러 관심도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예로 퇴직연금에서도 지난 7월부터 자사 원리금보장 상품을 편입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기 시작했다. 즉, A은행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해당 은행 예금을 퇴직연금에 편입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반면 증권사의 경우 ELB(파생결합사채)를 발행해 원금보장형 자사상품을 편입할 수 있고, 보험도 신탁상품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편, 이번 원금보장 연금신탁 가입 제한에 대해 여론의 반발이 거세자 금융위는 당초 도입 취지를 설명했을 때보다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탁상품의 취지에 맞게 가입자의 운용지시에 따라 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만일 가입자가 원금보장형 상품을 원한다고 운용 지시를 명확히 할 경우에는 신규 가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퇴직-개인연금 통합…연금시장 '인출 경쟁' 심화된다
또한 이번 연금활성화 방안에서 주목해야할 또다른 부분이 바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간 통합운용'이다. 퇴직-개인연금 사이에 자금을 이체하더라도 세제혜택을 그대로 유지해주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업계에서는 이에따라 연금 시장의 연금인출 사업 경쟁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전까지는 개인 및 퇴직연금 자금을 해당기관으로 유치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면 이제는 얼마나 오래 해당기관에 자금을 머무르게 할 것인가가 중요해졌다는 것.
앞선 증권사의 관계자는 "여태까지 노후를 위해서 자금을 모으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서서히 퇴직자가 많아지면서 '인출 서비스를 어떻게 할까'가 고민이 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퇴직-개인연금의 통합 운용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리한 쪽으로 인출할 수 있는 선택권이 늘게됐다"고 말했다.
은퇴 이전에는 월급계좌가 있거나 대출을 받은 은행이 주거래 금융회사가 된다. 하지만 은퇴 이후에는 연금을 인출하는 계좌가 있는 곳이 주거래 금융회사가 되는 셈이다.
또한 인출된 연금 자금은 다시 저축하기보다 주로 생활비 등으로 쓰이기 때문에 이와 연계한 신용·체크카드 마케팅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