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개선 기미 없자 주가 신용등급 동반하락
[뉴스핌=김선엽 기자] SK텔레콤이 두 달여에 걸쳐 진행한 자사주 매입을 지난 11일 마무리했다. 투입된 자금은 총 4893억원.
4년 만에 실시된 자사주 매입이지만 이 기간 동안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고 국제신용등급 전망은 악화됐다. 이에 SK텔레콤이 모처럼 내놓은 주주환원 정책이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자사주를 매입한 기간 동안 SK텔레콤의 주가는 10.69% 떨어졌다. 자사주 매입 직전일인 9월 25일 주당 26만2000원이었지만 자사주 매입이 종료된 12월 11일 23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1942.85포인트에서 1948.62포인트로 소폭 상승했다. 2010년과 2011년에 실시한 자사주 매입 당시 SK텔레콤의 주가가 각각 4.86%, 3.46% 상승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자사주 매입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한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우선 SK텔레콤의 본질적 사업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LTE 가입자 유치를 통해 지난 3년 간,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을 꾸준히 늘려왔지만 최근 통신시장이 정체되는 상황 속에서 더 이상 가입자를 늘리기 힘들어진 데다가 올해 들어 데이터 중심 요금제와 선택요금 할인제 가입자 비중이 확대되면서 ARPU가 늘어날 여지도 줄었다.
이러한 비관적 인식은 외국인 투자자에게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SK텔레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52거래일 중 43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는 SK텔레콤 주식을 순매도했다. 한 때 3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기간 중 외국인이 팔아 치운 SK텔레콤의 주식수는 261만주로 보유 물량의 7.51% 규모다. 결국 외국인이 던진 주식을 SK텔레콤이 내부 유보금을 소진해 가며 떠받친 셈이 됐다.
자사주 매입의 약발이 먹히지 않은 또 다른 이유로는 CJ헬로비전 인수가 꼽힌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발표한 11월 2일 SK텔레콤 주가는 3.56% 곤두박질쳤다. 또 다음 날인 11월 3일 외국인은 41만9090주를 시장에 내다 팔았는데 이는 하루 순매도 규모로는 지난 2013년 10월 30일 이후 최대치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미디어 플랫폼 회사로 변신을 꾀했지만, 역시나 정체 업종인 케이블TV 시장에 SK텔레콤이 발을 들여놓은 것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인수 과정에서 CJ 측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100%나 지급한 것을 두고 고가 매입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자사주 매입 과정에서 주가 뿐 아니라 신용등급도 악화됐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11월 4일 SK텔레콤의 신용등급(A-)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자사주 매입과 CJ헬로비전 인수 등으로 재무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강등은 회사채 발행 금리의 상승을 가져와 회사 재무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S&P 측은 "자사주 매입과 5000억원 규모의 CJ헬로비전 지분 인수 계획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다소 공격적인 재무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의 평가가 호의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에도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ARPU의 상승 여지가 크지 않은 만큼 앞으로 무엇으로 성장할 것인가를 두고 당장 내년부터 통신사들은 도전을 강하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