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익스프레스·대우로지스틱스 매각 지연···로젠택배도 난항 예고
[뉴스핌=강효은 기자] 올해 국내 물류업계 인수·합병(M&A) 시장에 알짜매물들이 잇따라 나왔지만 모두 매각 작업에 난항을 겪으며 좀처럼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동부익스프레스 등 물류업체들은 초반 흥행몰이로 시장의 기대치를 한껏 높였으나 높은 인수가격 등으로 흥행 열기가 점점 떨어지면서 매각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30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4위 택배업체 로젠택배 대주주인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이하 베어링PEA)는 최근 JP모간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작업에 착수했다. 베어링 측은 로젠택배를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것을 염두해 두고 매각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베어링 측이 사모투자펀드에 로젠을 매각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로젠택배의 대주주인 베어링이 기업이 아닌 PEF에 매각하려는 이유는 국내 물류업체 중 선뜻 인수자로 나서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로젠택배의 인수자 물색도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 동안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현대백화점과 CJ대한통운 역시 부인하고 나섰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에게 택배 물류망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수후보군인 CJ대한통운 역시 "내부적으로 들은 내용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앞서 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국내 3위 물류업체 동부익스프레스 역시 초반의 높은 흥행 열기가 오래가지 못하고 매각이 최근 무산됐다. 당초 시장에서 보는 동부익스프레스의 매각가는 7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대로 내다봤다. 동부익스프레스는 동부인천항만을 비롯한 육상운송과 해상운송, 고속버스 등 다방면의 운송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알짜매물로 꼽혀왔다.
동부익스프레스의 매각주관사는 지난 7월 CJ대한통운, 신세계, 한국타이어, 현대백화점, 동원 등 기업 5곳과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2곳 등 총 7곳을 적격 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고 실사를 진행했다.
초반에 총 7개 기업과 운용사가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과 달리 본입찰에는 현대백화점만이 단독 응찰했고 현대백화점과 동부익스프레스는 인수가 등 여부를 놓고 2달여간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현대백화점이 최종 인수하지 않기로 하면서 매각이 최종 무산됐다.
대우로지스틱스 역시 본입찰이 두차례나 연기됐다. 당초 대우로지스틱스는 지난 6월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상반기 감사보고서가 나온 뒤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을 재추산해 몸값을 높인다는 이유로 본입찰을 10월로 연기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진행된 본입찰에 참여자가 없어 내년 상반기로 또 한번 연기했다.
이처럼 물류업계의 매각이 지지부진한 것은 불황으로 인해 매도자는 한 푼이라도 더 비싼 가격에 팔려고 하고 매수자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살려고 해 합의점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물류업계 매물이 대거 나오다 보니 매수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비싼가격에 살 필요가 없어졌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원매자에 양보 하지 않는 매각자 측의 욕심이 결국 이러한 결과를 좌초한 것"이라며 "최근 기업들이 돈을 쉽게 꺼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양측이 절충점을 찾아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을 펼쳐야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효은 기자 (heun2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