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파 리더 저우샤오촨 행장 '개방은 성장 촉진제' 반박
[뉴스핌=이승환 기자] 자본 시장 개방 속도를 놓고 중국 경제계 내 개혁파와 보수파의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이달 말로 예상되는 위안화 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으로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이 급류를 탈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혁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온라인 경제매체 월스트릿견문은 24일 “SDR 편입을 앞두고 중국 자본시장의 개혁파 보수파간 논쟁이 격해지고 있다”며 “자본개방, 금융자유화, 일행삼회(인민은행, 은행·보험·증권 감독기관)통합 문제를 놓고 일일이 충돌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중국 위안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보수파 “자본개방이 자본유출로 이어져”
보수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이 자본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중국의 금융환경이 충분히 성숙치 못한 상황에서 자본시장 개방으로 위안화의 평가 절하 압력이 확대되면 대규모 자본유출이 현실화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판강 중국경제개혁연구기금회 국민경제연구소 소장은 “즉각적인 자본 시장 개방은 자본유출입을 가속시킨다”며 “아직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린이푸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명예원장도 "위안화가 만약 미국 달러를 대체해 기축통화가 된다면 영광이겠지만 중국 실물경제에 반드시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계 내 보수파와 개혁파의 대립은 지난 6월 주가폭락으로 인해 도마에 오른 금융 감독 당국 개혁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잇따른 금융 시장 파동을 계기로 13년간 분리체제를 유지해온 일행삼회(인민은행,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보험감독관리위원회)를 아우를 수 있는 감독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행삼회의 기존 구조를 유지하면서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감독기관을 만들어 협조 능력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4개 기관을 하나로 통합해 강력한 감독기관을 출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샤오링 전인대 재경위 부주임은 이에 대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기관이 해당 분야에서의 기득권을 철폐하고 진정한 감독 기능을 회복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일행삼회 통합을 반대했다.
숭민 홍콩대학 중국금융연구센터 주임 역시 “감독기관의 외형상 변화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기존의 분리체제를 유지하면서 협조를 강화하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계 보수파와 개혁파의 충돌은 지난 2013년 상하이자유무역지구 출범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처음 가시화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하이자유무역지구 내 자본계정 개방 여부를 놓고 정부 내 다양한 부서들이 반대 의견을 표출했던 것으로 나타났고, 이를 리커창 총리가 나서 관철시켰다는 게 중국 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시 중국 금융업계의 한 전문가는 “현재 중국의 자본규모는 과거 일본, 동남아 국가들이 자본을 개방할 때 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외부 충격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컨트롤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었는 지를 면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 개방 ‘개혁파 리더’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 |
특히 중국 중앙은행의 수장인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이 금리자유화와 환율 자유화에 앞장서며 자본시장 개방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은 중국 금융시장 개혁파를 이끄는 핵심 인물이다. 저우 행장은 지난 13년간 중국 중앙은행의 수장으로 부임하면서 경제개혁의 중요성을 정부에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저우 행장이 직접 당간부들을 상대로 위안화 평가 절하와 환률 변동폭 확대의 필요성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고, 실제로 8월11일 인민은행은 위안화를 사상 최대수준으로 절하하는 동시에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저우 행장이 위안화 환율 자유화로 가기 위한 개혁의 신호탄을 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금융시보에 따르면, 저우샤오촨 행장은 당시 시주석에게도 이 같은 조치의 필요성을 건의하면서 경제성장 속도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경제를 촉진할 수 있는 자극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중국 인민은행 화폐정책위원회(우리나라의 금융통화위원회)에 금리자유화와 환율자유화를 주장해온 황이핑 베이징대 교수, 바이충 칭화대학교 경제관리학원 부원장 등 두명의 소장파 학자가 합류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