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2만 가구 입주…2008~2009년 미분양 사태 재현가능성
[뉴스핌=김승현 기자] # 경기 부천에 사는 양모씨(38)는 1순위 청약통장을 올해 분양시장에 사용할지 망설이고 있다. 청약경쟁률이 최고 100대 1을 넘는 단지가 많아 ‘당첨=로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 그러나 한편으로는 ‘밀어내기식 분양’에 입주가 시작되는 2017년부터 공급과잉으로 집값이 폭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뉴스를 접한 후 고민이 더 깊어졌다.
2017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최근 10여년 가운데 가장 많을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쏟아진 분양물량이 본격적으로 입주하는 시기로 '공급과잉' 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2017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32만2797가구다. 지난 2006년 33만3319가구 이후 가장 많다.
경기도에서만 10만249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지난 2011~2015년 이 지역 연간 평균 입주물량은 6만가구로 2017년에 4만가구 이상 많다. 위례신도시, 동탄2신도시, 하남미사강변도시, 김포한강신도시, 시흥배곧신도시 등 주요 택지지구 물량이 일제히 입주한다.
이어 경남 3만4544가구, 서울 2만6178가구, 충남 2만3301가구, 경북 2만1831가구, 대구 1만8622가구, 인천 1만7252가구, 부산 1만7118가구, 세종 1만3910가구, 충북 1만1451가구 순으로 입주 물량이 많다. 경남 1992년, 충남 1997년, 경북 1999년 이후 각각 최대 물량이다.
이 같은 입주 물량에 ‘공급 과잉’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10년 전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 지난 2006~2007년에도 부동산 시장 호황과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려는 ‘밀어내기’ 분양이 크게 늘어 공급물량이 30만 가구를 넘었다.
입주를 시작한 2008~2009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주택은 4만5000가구를 넘으며 예년에 비해 2~3배 폭증했다. 건설업계는 할인 분양을 중심으로 ‘애프터리빙제’, ‘프리리빙제’, ‘매매보장제’ 등 다양한 이름의 전세 상품을 내 놓으며 미분양 물량 해소에 나섰다.
입주 시점에 아파트 매맷값이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올해 분양 물량(예정 포함)은 약 50만 가구로 지난 2006년(33만 가구)보다 규모가 크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11월에도 밀어내기 분양이 크게 늘며 청약경쟁률이 지난 7~10월보다 낮아지고 있으며 내년부터 본격화될 가계대출 규제강화 불안 심리를 높이고 있다”며 “현 시점에 2017년 부동산시장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공급 과잉 문제에 대한 사전 대응과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과잉 공급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적절한 주택 보급률을 105로 보면 우리나라는 103정도 된다"며 "공급 과잉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간이 중요한데 단기적으로만 보면 공급 과잉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출받아 집을 사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라며 "구매하려는 집값의 30% 이내에서만 대출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